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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아이에게 두려움보다 희망을 주자

등록 2008-12-28 16:10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얼마 전 초등학생이 쓴 글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노숙자가 된다니까 공부를 하긴 해야 하는데 정말 하기 싫다는 말. 나도 공부를 잘해서 부자가 되고 싶다는 소망. 초등학생의 걱정치고는 지나치게 각박하고, 초등학생의 소망치고는 너무나 세속적이다. 아이들의 이런 마음이 어른들의 말과 행동에서 왔으리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아이들을 불안으로 밀어넣는 것이 요즘 부모가 하는 일이다. 공부를 못하면 정말 모두 노숙자가 될까? 공부를 하면 정말 부자가 될까? 또 부자가 되면 아이들이 바라는 대로 그렇게 행복할까?

인류가 생긴 이래로 먹고사는 일이 그리 편한 적은 없다.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생존은 여전히 절실한 문제이고, 소비 수준이 높아지면서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은 더 커졌다. 평범한 장삼이사로서야 불안감을 넘어설 방법이 자기 몸뚱이밖에는 없기에 좀더 능력을 키우자고 아이를 격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능력이 정말로 학교 성적으로 표현되는 것일까? 공부를 못하면 무능력한 것이고, 직업세계에서도 실패할 확률이 높은 것일까?

동창회를 다녀보면 느끼는 일이지만 학교 때의 실력과 지금 그 사람이 살고 있는 모습 사이에는 상당한 불일치가 존재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학교를 다닐 때는 소심했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신감도 갖고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게 됐다는 말을 한다. 성적으로 줄세우기를 하는 학교 환경에서 공부라는 특정 영역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쉽사리 자신감을 잃는다. 외모가 뛰어나거나 운동을 잘하거나 싸움이라도 잘하거나 남보다 앞서는 뭔가가 분명하지 않은 친구들은 아웃사이더가 된다. 그러나 사회는 싸움을 잘하는지도 중요하지 않고, 공부 능력도 대부분의 직업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능력은 다른 데 있다. 성실하고 긍정적인 태도가 중요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소통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부하 직원으로 어떤 사람을 뽑고 싶은지를 생각해보면 금방 이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여러 과목을 골고루 잘해야 하는 학교와는 달리 사회에서는 특정한 분야에만 흥미를 갖고 열심히 하면 전문성을 획득할 수 있다.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있는지와 좋아하는 것을 파고드는 열정이 중요하다.

오늘 저녁 기말고사 몇 점 받았는지를 물어보며 아이의 기를 죽이지 말자. 방학 때 공부할 생각은 안 하고 휴대전화 게임에나 관심 있다고 핀잔을 주지 말자. 차라리 아이들의 기를 살려주자. ‘네가 좋아하는 분야를 잡아서 열심히만 하면 된다. 성실하고 다른 사람에게 잘 대하려고 노력하라’고 가르치자. 엄마 아빠도 학교 때 그저 그랬지만 지금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이야기하자. 어떤 경우라도 아이에게 두려움보다는 희망을 보게 하자. 그것이 아이를 살리는 길이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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