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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12살 아들이 인형놀이 한다고요?

등록 2008-09-29 18:39수정 2008-09-29 18:59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얼마 전 한 어머니가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이 아직도 인형놀이에 열중인데 두고 봐도 되겠느냐고 상의를 한 적이 있다. 요즘 분위기에서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의 집에 장난감이 남아 있기란 쉽지 않다. 다행히 그 집에는 어머니의 배려로 다양한 인형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아이 역시 요즘 아이로는 보기 드물게 컴퓨터 화면에 만들어진 캐릭터를 따라가지 않고 인형을 통해 자신만의 상상 속 캐릭터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이 아이가 성공적인 인생을 살 확률은 일반적인 아이들보다 당연히 높다. 상상 속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본다는 것이 예전에는 흔한 일이었지만 요즘은 무척 드물다. 미래 사회에서도 새로운 것은 늘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상상력이 있는 아이들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이므로 더 높은 대우를 받지 않을 수 없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집안의 작은 물건들을 총동원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어머니의 화장품 샘플이 나에게는 이웃 왕국의 기사였다. 집 앞의 작은 화단이 로빈 후드가 나오는 셔우드숲이라고 상상을 하고는 그 속에 나만의 세계를 꾸며 놓은 적도 있다. 정신과 의사가 된 뒤 나 자신을 분석하면서 돌아보니 이러한 상상놀이가 나에게 남겨준 것은 정말로 컸다.

상상을 통해서 아이들은 불편한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다. 불편한 감정을 현실 그대로 느끼고 극복하기에는 아이들의 힘은 미약하다. 자신의 감정을 상상 속에서 느끼고 상상 속의 행동으로 해소하면서 아이들의 감정은 해소된다. 부모가 미운 아이가 부모에게 사라지라고 소리를 치기보다는 상상놀이에서의 부모를 없애는 것이다. 또한 상상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희망을 준다. 신데렐라의 이야기가 상징하듯 힘든 현실에서 우리는 상상을 통해 현실을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갖고 하루를 이겨낸다. 그뿐만 아니다. 아이들은 상상을 통해 현실에 대처하는 방법을 미리 연습한다. 놀이를 통해 위기 상황을 만들고 위기 상황을 극복하면서 아이들은 자신감은 물론 구체적인 기술을 익힐 수 있다. 상상의 가장 큰 힘은 자기다운 것이 무엇인지를 느끼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요즘 같은 매체의 홍수 속에 아이들이 자기다운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다. 잠시 짬이 나면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거나 게임기를 켜는 것이 요즘 아이들이다. 상상 속에서 세계를 창조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는 남과 다른 자기만의 정체성을 만들어내고, 스스로를 재발견한다. 이런 아이들이라야 유행을 따라 하는 데 머물지 않고 유행을 앞서갈 수 있다.

자신의 아이를 어떤 아이로 키우고 싶은가? 내면이 없는 아이인가? 깊은 울림을 가슴속에 갖고 있는 아이인가? 상상하도록 도와주기, 늦출 수 없는 아이 키우기의 중심이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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