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아이가 별다른 의욕을 갖지 못하고 늘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낸다고 느끼는 부모들은 어떻게 우리 아이에게 변화를 줄 수 있을까 고민한다. 모든 아이들은 주변의 인정을 받고 성취감을 느끼면 더욱 발전하려는 동기를 갖게 된다. 사람은 우울증에 빠지지 않는 한 발전하려는 마음을 본능적으로 가진다. 그러나 좌절을 반복하면 많은 아이들은 발전보다는 안주를 선택한다.
요즘 교육이 지나치게 경쟁을 촉진하고 있기 때문에, 타고난 약점이 있는 아이들의 경우 일찍부터 많은 좌절을 경험하고 있다. 아이들의 뇌는 아직 발달단계에 있기 때문에 어린 시절에는 완전히 자기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뇌의 여러 영역 중 한두 곳이라도 발달이 느려지면 제대로 발달한 나머지 영역도 역할을 못할 수 있다. 시간이 이러한 발달 지연을 해소해주겠지만 그 시간 동안 겪은 부정적 경험들은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고 해낼 수 있는 발달마저 가로막는다.
이번 올림픽에서 최고의 화제 인물은 수영 8관왕 마이클 펠프스였다. 그에 대한 뉴스에는 그가 어릴 적에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앓았는데 이를 극복했다는 이야기가 흔히 곁들여진다. 물론 모든 사람이 펠프스처럼 될 수는 없다. 그는 부족한 부분을 뛰어넘는 강한 능력을 갖고 있지만 사실 그런 경우는 흔하지 않다. 아무리 찾아봐도 무엇 하나 남을 넘어서는 능력이라고 여겨지는 부분이 없을 수도 있다. 여기서 부모들의 고민이 시작된다. 그러나 이러한 고민도 욕심일 수 있다. 우리는 평범하지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다. 남 보기에 그럴듯한 직업이나 능력이 없다고 인생의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은 다양하고, 대부분의 사람이 어릴 적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자기 앞가림을 한다. 자기 인생을 책임지고, 스스로의 인생에 만족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갖는 아이를 키워 낸다면 우리 할 일은 다 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당장 좌절감과 두려움 속에 멀찌감치 뒤로 물러나 있는 아이들을 도와줄 방법은 뭘까? 아쉽게도 지금 당장 그 아이들을 변화시킬 묘책은 없다. 좌절감은 매 순간 아이들이 느끼는 현실이다. 자존감을 높이는 것은 단순한 칭찬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작더라도 실제적인 성공을 경험할 때 가능하다. 그러나 뒤로 물러선 아이들에게 작은 성공도 쉽지는 않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도 몇 번의 기회는 온다. 그 기회를 기다리며, 기회가 오면 잡을 수 있도록 부모는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조금씩이라도 도전하도록, 안 되더라도 실망하지 않도록 꾸준하게 격려하고 대화하는 사이라면 기회가 왔을 때 아이가 잡도록 이끌 수 있다. 그리고 그 순간 아이는 크게 내디디며 한 뼘 더 자랄 것이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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