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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교육현장에 켜야 할 촛불

등록 2008-06-23 18:05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요즘 대한민국은 촛불로 뭔가 바뀐 듯하지만 내가 만나는 아이들은 더욱 나빠졌다. 작금의 교육 현장을 보고 있자면 ‘행복비타민’이란 이름을 내걸고 부모들에게 아이와 자신의 행복을 위한 방법을 조언한다는 것이 신선놀음처럼 느껴진다. 아이들의 삶이 시궁창에서 구르고 있는데 비타민 좀 먹인다고 나아질 것이 있겠느냐는 자조감도 든다.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아이들은 올 때마다 시험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달이 멀다 하고 시험을 보는 것이 요즘 초등학생의 평균적인 삶이다. 교사라는 사람이 초등학교 3학년 아이를 앉혀두고 공부 못하면 쓸모없는 인간이 되니 시험공부 열심히 하라고 가르친다. 내 생각에 그 교사는 교원 자격증을 반납해야 한다. 초등학교 2학년을 가르치는 교사가 부모들을 모아두고 이야기한다. “우리 반 아이들은 예외가 없다. 과목마다 단원 평가를 철저히 보고 성적을 공개할 것이니 잘 대비해 달라.”

급기야는 초등학교에서 수준별 반편성을 한다는 뉴스도 나왔다. 초등학교에서의 수준별 반편성이 실력 향상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인성 발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고민도 없이 밀어붙인다. 하위 10%의 아이가 아니라면 초등학교 4학년의 성적은 부모 하기 나름이다. 밤늦게까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시달리면 높은 성적을 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물론 등짝 두들기기와 언어폭력, 컴퓨터게임 시켜준다는 유혹은 필수다. 그런데 이것이 교육적인가? 이렇게 공부한 내용이 아이에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교육청의 높으신 분들도 알 것이다.

아동복지법은 아동학대를 ‘성인에 의해 아동의 건강,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폭력 또는 가혹행위’라고 규정한다. 최근의 조사들은 우리 아이들의 정신건강이 심각히 위협받고 있음을 일관되게 지적한다. 요즘 임상 현장에서 체감되는 분위기는 지난해와는 한 차원 다르다. 사교육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아이들의 정서 상태는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는 지침이라면 그것이 비록 교육이라는 이름을 내걸지라도 아동학대에 해당한다. 만일 자신의 아이가 수준별 반편성과 같은 비교육적 지침에 정서적으로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면 참아서는 안 된다. 그 아이와 또 다른 아이들을 위해 과감히 해당 학교의 책임자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해야 한다. 나는 의료인이다. 의료인은 의료 현장에서 아동학대 사례를 접할 때 즉시 신고할 의무가 있다. 만일 나에게 수준별 반편성 등의 비교육적 방침으로 정신건강을 해친 아이가 온다면 나 역시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주어진 신고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교육정책에 맞서 내가 피울 수 있는 작은 촛불이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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