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자기도 모르게 반복적으로 눈을 깜빡이거나 헛기침 소리를 내는 아이들이 있다. 예전 같으면 특이한 버릇이 있구나 생각했을 일이지만, 요즘은 이런 현상이 ‘틱’이라는 사실이 제법 알려졌다. 물론 아직도 틱을 나쁜 버릇으로 생각해 아이에게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거나 야단을 치는 어른들도 있다.
틱은 아이가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몸의 일부 근육이 빠르게 수축하는 현상이다.
눈꺼풀 근육이 빠르게 수축하면 눈을 깜빡이게 되지만 수축하는 근육에 따라서 코를 찡긋대기도 하고, 어깨를 들썩이기도 한다. 소리를 내는 근육이 영향을 받으면 특이한 소리를 내기도 하는데 이를 음성틱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틱을 하지 않으려고 신경을 쓰면 조금은 참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곧 더 많은 틱을 하게 되므로 참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이가 틱을 하는 초반에는 자신이 틱을 한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아이에게 틱을 한다고 지적을 하면 좀더 틱에 대해 의식을 하게 되면서 틱 현상이 고착될 수 있다. 그래서 아이가 틱을 하기 시작할 때 모른 척해 주는 것이 더 낫다. 물론 틱의 정도가 아주 심해 아이가 힘들어할 정도라면 당연히 부모도 적절한 반응을 해줘야 한다.
틱을 보이는 아이들은 적지 않다. 아이들 8명 중 1명꼴이다. 그러나 이 아이들 중 열에 아홉은 틱이 아이의 일상생활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은 채 지나간다. 틱이 아이들의 생활을 심각하게 방해할 수준으로 많이 나타난 경우라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이런 문제가 지속되는 경우는 열에 한 명꼴이다. 게다가 그런 아이들도 넷에 셋꼴로 성인기가 되면서 증상의 대부분이 사라진다. 결국 틱을 보인다고 해서 심각하게 아이의 미래와 운명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아이가 틱을 보이는 경우 부모는 그저 아무 말 없이 아이를 지켜보면 된다. 아이가 틱으로 힘들어하거나 능력이 뚜렷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개입할 필요가 있다. 아이의 어려움을 듣고 함께 해결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혹시 필요하면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는 것도 좋다.
틱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늘어난다는 사실을 잘못 해석해, 틱 현상이 나타났다고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될 만한 일을 전혀 시키지 않는 부모들도 종종 보게 된다. 물론 큰 잘못이다. 아이가 현재 겪고 있는 스트레스가 아이에게 불필요하고 과도한 것이라면 틱을 하든 하지 않든 그런 스트레스는 없애 줘야 한다.
그러나 발달과정 속에서 아이가 거쳐야 할 스트레스라면 틱을 한다고 해서 부담을 없애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온실 속에서 자라는 화초가 되어 곧 더 큰 스트레스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그러나 발달과정 속에서 아이가 거쳐야 할 스트레스라면 틱을 한다고 해서 부담을 없애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온실 속에서 자라는 화초가 되어 곧 더 큰 스트레스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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