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아이 낳고 키우는 것은 누구에게나 처음인지라 실수도 잘못도 있을 수 있다. 어린아이에게는 부모가 절대적인 존재이지만 부모가 스스로 생각해 보면 자신 역시 빈 구석이 많은 한 인간일 뿐이다. 감정적으로 아이를 대하기도 하고, 때로는 오해를 해서 아이를 심하게 다그칠 때도 있다. 이처럼 부모가 아이에게 뭔가를 잘못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너무나 간단하다. 잘못을 깨달았다면 아이에게 바로 사과해야 한다. 사과하고 이런 잘못을 다시 하지 않으려고 엄마도 노력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어떤 부모들은 아이에게 잘못을 인정하면 부모로서 권위가 떨어지지 않겠는가 하고 걱정하기도 한다. 자식을 키울 때 어느 정도의 권위는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부모와 자식은 가까우면서도 위아래가 분명하게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이에게 잘못을 저지르고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권위는 더욱 떨어진다. 권위가 손상될까봐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부모의 마음속에는 아이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위와 아래가 분명할 때 우리는 두렵지 않다. 같은 수준에 있기에 두려운 마음이 든다. 아이와 같은 수준에 있는 부모가 어떻게 아이에게 권위를 가질 수 있겠는가? 권위는 힘이 조금 더 세고 나이가 많다고 생기지 않는다. 내가 베풀고 상대가 느낄 때 권위는 만들어진다. 나 자신이 아이의 인생에 모범이 되고 아이보다 더 성숙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때 권위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우리는 아이에게 잘못하지 말라고 가르칠 수는 없다. 다만 잘못을 하면 그에 대해 깨닫고 뉘우쳐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자신의 잘못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있다면 사과를 하고, 이후에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이런 가르침은 아이와의 관계 속에서 부모가 본보기가 되어 이뤄져야 한다.
만약 아이에게 잘못한 일이 있다면 진심으로 미안함을 표현해야 한다. 대충 무마하려고 장난감을 사준다거나 엉뚱한 보상을 해서는 안 된다. 말로 부모가 잘못했음을 인정하고 그런 잘못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아이에게 약속을 하면 우리 스스로 잘못을 반복할 가능성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물론 그럼에도 다시 같은 잘못을 할 수도 있다. 그럴 때면 용기를 내어 다시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부모는 이런 식으로 노력을 하겠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알려줘야 한다. 이렇게 키운 아이라면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도, 잘못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다.
요즘 돌아가는 시국을 보면 마음이 더 급해진다. 더 늦기 전에 우리부터 아이들에게 이런 교육을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책임을 미루기보다는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바꾸는 용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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