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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유선방송·게임 방치도 ‘아동 학대’

등록 2008-05-06 01:42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대구에서 벌어진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고민거리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회적인 양극화의 영향으로 저소득층 어린이 중 상당수가 부모의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한 채 자라고 있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배려는 거의 없다. 아직 성숙하지 못한 아이들이 무차별적인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기들만의 질서를 이루도록 방치될 때 위험한 행동도 그저 놀이가 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이 이를 잘 보여준다. 약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자선이 아니라, 사회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투자다.

우리 사회의 아동에 대한 무관심은 비단 저소득층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에 인해 초등학생의 30%가 죽음을 생각해 봤다는 현실도 사회적인 무관심의 한 단면이다. 많은 부모들은 예전에 비해 요즘 아이들이 더 많은 관심 속에서 자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 중 상당수는 아이가 아닌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가질 뿐이다.

수십조에 달하는 사교육 시장 규모는 부모들의 아이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미성년자들이 이용하면 해로운 게임이나 콘텐츠가 미성년자에 의해 흥행을 이루는 현실은 그 반대의 측면을 보여준다. 적지 않은 아이들이 15살 이하 또는 18살 이하의 아이들은 사용이 금지되어 있는 유명 게임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즐기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 아이들이 부모의 허락 아래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모들은 다른 아이들도 다 하고 있다는 아이의 말에 어쩔 수 없다며 허락하고 만다. 혹시 아이가 왕따라도 당할까봐 얼른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일러주기도 한다. 심지어는 공부하느라 스트레스 받으니 그런 것이라도 좀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는 부모들도 있다. 마치 아이들에게 마약을 먹여 전쟁에 내보내는 아프리카 어느 국가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오늘날의 한국 가정을 들여다보면 유해 사이트 접근이 차단되지 않았거나 형식적인 차단에 머무르는 컴퓨터가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들 방에 놓여 있다. 자유롭게 유선방송을 이용할 수 있는 조건에서 아이들만 집에 두는 경우 역시 너무도 흔하다.

오랜 억압적인 역사의 영향인지 우리 사회에서는 자율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아이들은 그냥 놔둬도 잘 자란다는 생각은 학문적으로 볼 때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이다. 왕따에 대한 연구만 보더라도 교사의 감독과 지도가 분명한 경우에 뚜렷하게 적게 일어난다. 혹시 우리가 아이들에 대한 무관심과 게으름을 변명하려고 아이들의 자유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에게는 적절한 돌봄과 감독이 필요하다. 아이의 수준을 깊이 고려하지 않은 자유를 부여하는 것은 아이에 대한 선물이 아니다. 아동 학대의 일종인 방임일 뿐이다.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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