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계절의 여왕, 5월이다. 아이들을 바깥으로 내보내기 좋은 때다. 아이들은 대부분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자신의 발전을 위해 본능적으로 많은 자극을 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발달 중인 뇌는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찾는다. 갓 백일이 된 아이조차 여러 번 보여준 사진보다는 처음 보는 사진에 더 흥미를 가진다. 아이들에게 바깥은 실내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새로운 자극을 주는 곳이다. 시각적인 정보량의 차이가 전부가 아니다.
밖에 나가면 바람의 방향도 순간순간 바뀌고 세기도 달라진다. 모두 새로운 자극이다. 어떤 바람은 향기를 싣고 날아오기도 하고, 처음 듣는 소리를 얹고 오는 바람도 있다. 아이의 오감은 활짝 열리고 새로운 자극은 아이들을 끊임없이 흥분시킨다.
이뿐만이 아니다. 밖에 나가면 다양한 몸놀이가 가능해진다. 발달 과정에 있는 아이들의 뇌는 한 가지 동작에 숙달하려면 동작의 한계에 도달하는 것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넘어질 때까지 걸음으로써 아이는 넘어짐과 걷기의 차이를 알고 걷기에 숙달된다.
운동 기술의 한계를 시험하기에 집은 너무 좁다. 아이들은 밖에 나가서 맘껏 뛰고 놀이기구를 오르내리면서 한계를 자연스럽게 시험하고 능력을 발전시킨다. 이렇게 발전한 신체능력이 아이가 느끼는 자존감의 기초가 된다.
야외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친구도 만날 수 있다. 친구는 무생물과는 달리 상호작용이 가능한 존재이다. 아이들은 또래와의 관계를 통해 사회적인 지능과 감성 지능을 발전시킬 수 있고 자신에 대한 인식도 발전시킬 수 있다. 네 돌만 되면 아이들은 서로 힘을 합쳐 놀이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각자’가 아닌 ‘함께’ 하는 놀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아이가 경험하는 세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쯤 이야기했는데도 아직도 결심이 안 선다면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토니 모리슨의 <네모 상자 속의 아이들>을 읽어 보자. 소설에는 네모 상자 속에 갇혀 사는 아이들이 나온다. 네모 상자의 바닥에는 부드러운 카펫이 깔려 있고 각종 장난감과 맛있는 과자도 수북하다. 벽에는 멋진 하늘 그림이 걸려 있고 유리 액자에 실린 표본이지만 나비도 날고 있다.
수족관에는 플라스틱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으며 음반을 틀면 갈매기 소리가 나와 제법 바다 기분을 즐길 수 있다. 이 아이에게는 모든 것이 다 있어 보인다. 하지만 결코 행복하지 않다. 아이들에 대한 걱정 때문에 온갖 인공적인 편리함은 다 주면서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기르는 부모들. 혹시 당신이 그런 부모인가? 그렇다면 이제 아이를 둘러싼 상자를 무너뜨려야 할 시간이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수족관에는 플라스틱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으며 음반을 틀면 갈매기 소리가 나와 제법 바다 기분을 즐길 수 있다. 이 아이에게는 모든 것이 다 있어 보인다. 하지만 결코 행복하지 않다. 아이들에 대한 걱정 때문에 온갖 인공적인 편리함은 다 주면서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기르는 부모들. 혹시 당신이 그런 부모인가? 그렇다면 이제 아이를 둘러싼 상자를 무너뜨려야 할 시간이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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