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잔소리는 우리 엄마들의 일상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말이다. ‘잔’은 ‘잔돈’, ‘잔기침’처럼 작고 자질구레한 것을 의미하는 접두사이다. 결국 잔소리는 자질구레한 소리이다. 중요하지 않고 불필요하다는 의미를 이미 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 하는 꼴을 보면 도대체 잔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잔소리가 나온다는 것이다.
잔소리가 나오는 원인은 뭘까? 첫째는 아이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이다. 아이가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고 화가 날 때 우리는 잔소리를 한다. 처음에는 걱정에서 출발했겠지만 결국은 짜증스런 마음이 들면서 우리의 입은 인내를 잃고 한마디를 터뜨리고 만다. 두번째 원인은 변화에 대한 조급한 마음이다. 마음이 급할 때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같은 말을 여러 번 내뱉게 된다. 말을 채찍질하듯 반복적으로 말이 나온다. 채찍을 맞는 쪽이 경주마라면 효과가 있겠지만 우리의 아이들은 성숙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호모 사피엔스다.
잔소리의 원인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잔소리는 상대방이 아니라 잔소리를 하는 사람 때문에 나온다.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이 급하고 부정적이면 잔소리가 나온다. 따라서 잔소리를 없애기를 원한다면 결국 부모가 변해야 한다. 우선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아이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며, 현재에서 작은 변화의 단초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변화란 느린 속도로 온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느긋한 마음으로 차분하게 변화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잔소리가 안 좋은 가장 큰 이유는 잔소리가 반복될 경우 아이들이 부모의 말 전체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의미 없이 반복되지만 결과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 소리에 대해서 우리의 청각 중추는 아예 무시를 한다. 탱크 지나가는 듯한 코골이 소리도 부부 사이에선 익숙해지듯 듣기 싫은 잔소리도 자주 들으면 아예 들리지 않는다. 그러니 점점 더 잔소리는 거칠어지고, 부모 자식 사이는 멀어진다.
이런 면에서 가장 피해야 할 잔소리는 아이에게 뭔가를 시키려고 멀리서 소리치는 것이다. 엄마 처지에서 보면 자기 할 일 하면서 아이도 돌보는 멀티태스킹이지만 말 잘 듣는 ‘엄마 친구 아들’이 아닌 이상 거의 효과가 없다. 엄마는 듣지 않는 아이에게 반복해서 소리 지르면서 화가 나고, 아이는 들리지도 않았는데 안 들었다고 화내는 엄마에게 화가 난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시킬 것이 있으면 아이에게 걸어가서 눈을 맞추자. 그리고 간단히 지시하자. 이행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을 본 뒤 제자리로 돌아오자. 이것이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고 아이와 부모 사이를 보존하는 길이다. 그러고 보면 조삼모사식의 게으름 역시 잔소리의 원인이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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