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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두발규제·강제야자에 시달린 수원 청소년, 모처럼 활짝 웃다

등록 2007-11-05 14:39수정 2007-11-05 14:45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경기지부가 준비한 학생의날 행사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두발자유’, ‘학벌사회 반대’ 등이 담긴 피켓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 피켓은 청소년들이 직접 만들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경기지부가 준비한 학생의날 행사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두발자유’, ‘학벌사회 반대’ 등이 담긴 피켓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 피켓은 청소년들이 직접 만들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행사] 학생의날 10대요구 발표, “정말 속이 뻥 뚫려요”
“너무 속 시원해요. 신나요. 선생님들이 우리 이야기를 귀담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수원 청소년들이 그동안 꽉 막혔던 속을 뻥 뚫었다.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경기지부 등 수원청소년한마당 준비위원회에서 4일 개최한 78돌 학생의날 행사에 참가한 수원지역 청소년들이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1시, 수원 남문 차 없는 거리에서는 700여 명의 청소년들이 참가해 광주학생독립운동을 재현하고, 대선 후보에게 바라는 10대 공약을 발표했다.

학생들은 78년전 당시 학생들이 입었던 옷을 입고 행사에 참여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 춘채, 학생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였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학생들은 78년전 당시 학생들이 입었던 옷을 입고 행사에 참여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 춘채, 학생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였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수원지역 청소년들이 이날을 위해 준비한 것만 한 달. 두발규제 이야기서부터 맛없는 급식, 과도한 수행평가, 성적 차별 등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맘껏 쏟아냈다. 맘 껏 쏟아낸 이들의 얼굴엔 모두 웃음이 한 가득.

이날 청소년들은 모두 학생독립운동을 상징하는 의상을 입고 왔다. 독립운동을 하던 학생들을 상징하는 옷을 입은 학생부터, 그들을 막는 일본 순사 차림까지 78년 전 독립운동 상황을 똑같이 재현했다.

학생들은 재현만이 아니라, 독립운동 정신을 이어 오늘날 자신들이 요구하는 것도 발표했다.

“국·영·수 중심의 학교교육은 싫어요. 우리의 꿈을 찾고 싶어요.”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국·영·수 중심의 학교교육은 싫어요. 우리의 꿈을 찾고 싶어요.”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다리털 보다 머리털이 더 길고 싶어요.”

“국·영·수 말고 하고 싶은 교육을 받고 싶어요.”

“실업계에 대한 차별을 그만해주세요.”

학생들은 거리를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알리려는 듯 각 요구에 해당하는 퍼포먼스도 준비해왔다. 내신, 수능, 논술 때문에 과중한 입시 부담에 시달리는 모습도 극으로 만들어 보여주었고, 학생회나 동아리 등 학생자치활동을 지원해달라는 주장도 극으로 담았다.

78년전 독립운동을 하던 여학생 복장을 한 은진 양은 이 광경을 지켜보며 “그동안 가슴 속에 쌓아둔 것을 외치니 너무 좋아요.”라고 환하게 웃었다. 아직 중학교에 올라온지 1년도 채 안된 은진 양이지만 두발규제, 성적차별은 언제나 답답했다. 등교시간을 늦추어달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선생님, 우리가 한 이야기 꼭 들어주세요.”

요구 발표를 끝낸 학생들은 거리로 행진했다. 자신들의 요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에, 지나가던 시민들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그 모습을 하나하나 지켜봤다.

수원 남문에서 행사를 끝낸 학생들은 1시간 여 동안 거리를 행진하며, 시민들에게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수원 남문에서 행사를 끝낸 학생들은 1시간 여 동안 거리를 행진하며, 시민들에게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옷가게를 운영하는 김수남(40)씨는 학생들이 지나갈 때마다 “파이팅”을 외쳤다. 자신이 고등학교 다닐 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학교에 등교하던 모습이 생각난다면서 “나도 지금 고등학교에 다닌다면 학생들과 같이 한번 외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씨는 “공부가 다가 아니다”며 “자기 주장을 외치는 학생들 모습이 너무 기특하다”고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수원지역은 학생들 사이에서도 야간자율학습, 두발규제가 심한 것으로 유명하다. 수도권에 있으면서 서울 주요 사립대에 보내려는 학부모들의 교육열도 열성이며, 학교에서도 밤 10시, 11시까지 공부를 시킨다.

학생들이 ‘두발자유’는 바라지도 않는다고 ‘길이’만이라도 조금 늘려달라고 할 정도로 두발규제도 심하다. ㅈ고등학교의 여학생들도 ‘귀밑 6cm의 규정’을 ‘20cm’으로 늘려달라고 외쳤다. 그래도 외칠 수 있는 것이 행복하기만 한 표정이었다.

행진을 하고 있는 학생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행진을 하고 있는 학생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행사가 시작되고 거리행진까지 2시간이 흘렀지만 학생들에게 지친 기색은 없었다. 그동안 한마디도 못했던 것을 친구들과 함께 외치니 힘든 것보다는 ‘용기’가 생겨서 좋다고 말한다. 남형민(고1)군은 “체벌금지 같이 우리가 하고 싶었던 말 말하니 너무 좋다”며 “혼자라면 못했을 텐데, 이렇게 같이 외치니 정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준비한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유혜선(28)간사는 “78년전 학생들은 일제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독립을 외쳤다면, 오늘 날 학생들은 학교의 변화를 바라고 있다”며 “그동안 학생들이 행사를 준비하느라 힘들어 했는데,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대선후보에게 바라는 이들의 10대 요구사항이다.

1위 : 두발자유해달라

2위 : 내신, 수능, 논술 등 과중한 입시 부담을 해소해달라

3위 : 국, 영, 수만이 아닌 다양한 꿈과 적성에 맞는 교육을 해달라

4위 : 과도한 수행평가를 금지해달라

5위 : 성적과 등수로 차별하지 말라

6위 : 자율학습은 원하는 학생만 하게 해달라

7위 : 무상 의무 교육을 확대해달라

8위 : 실업계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금지해달라

9위 : 학생회, 동아리, 학교 축제를 활성화해달라

10위 : 11월 3일 학생의 날을 공휴일로 만들어달라

정말 답답했었나보다. 행사내내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피켓을 들고 있던 학생.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정말 답답했었나보다. 행사내내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피켓을 들고 있던 학생.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과중한 입시부담을 학생들에게 떠넘기지말라”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과중한 입시부담을 학생들에게 떠넘기지말라”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대선후보에게 두발자유를 요구한 학생들. 맨 앞에 있는 학생이 ‘다리털보다 머리털이 더 길고 싶다’고 말한 학생이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대선후보에게 두발자유를 요구한 학생들. 맨 앞에 있는 학생이 ‘다리털보다 머리털이 더 길고 싶다’고 말한 학생이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행진을 하고 있는 학생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행진을 하고 있는 학생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학생들은 행사 마지막에 자신들의 요구가 현실이 되기를 바라며 풍선을 날려보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학생들은 행사 마지막에 자신들의 요구가 현실이 되기를 바라며 풍선을 날려보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정혜규 기자 66950@hanmail.net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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