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던타임즈〉
(21) 과학기술이 인간의 삶에 끼친 영향 / 문화콘텐츠로 접근하기 / 난이도 수준-중2~고3
영화 〈모던타임즈〉
<모던 타임즈>는 찰리 채플린이 만든 마지막 무성영화다. 톱니바퀴에 낀 채 웃고 있는 채플린의 모습은 산업화의 물결에 적응하지 못한 채 방황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나타낸다.
찰리가 일하는 작업장에는 컨베이어벨트가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노동자는 각자 맡은 일을 반복한다. 컨베이어벨트의 속도는 곧 노동자의 일하는 속도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든 기계에 의해 인간 노동의 속도와 강도가 규정되는 것이다. 사장은 스크린을 통해 작업장을 통제하며, 가끔 ‘속도를 높이라’는 명령을 내린다. 명령이 떨어지면 기계 작동을 총괄하는 자는 무감각하게 컨베이어벨트의 속도를 높인다. 작업장에는 일대 혼란이 벌어진다. 지나치게 속도를 높인 나머지 인간의 속도가 기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계의 ‘속도’가 산업 사회에서 중시되는 가치인 ‘효율성’을 풍자한다면, 식사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급식기는 또 다른 가치인 ‘실용성’을 비판하기 위한 도구이다. 수프 접시가 돌아가고, 송풍기가 수프를 식힌다. 자동 집게가 달린 회전식 접시에는 한 입 크기의 빵이 담겨 있고, 집게가 이 빵을 사람의 입 속으로 밀어넣는다. 급식기는 제법 문명화되어 있어 입 주변을 닦아주는 청결기와 얼룩이 튀지 않게 하는 부가 기능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기계 앞에 앉은 사람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에게도 이 기계는 강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사람에게 ‘먹을 것’은 삶의 기반이다. 이 영화에서 찰리 채플린이 일하는 이유 또한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서’이다. 먹는 행위는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이며, 먹는 과정에서 인간 관계의 실마리 또한 풀려나간다. 그런데 선택의 여지없이 강제로 먹을 것이 밀어넣어지는 상황, 먹는 속도 또한 기계에 맞춰야 하는 상황은 인간을 기계의 하수인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장면이다.
반복되는 나사 돌리기는 기계 문명에 의해 창조적 노동 행위에서 소외된 상황을 암시한다. 인간에게 ‘노동’은 먹고 살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그 밖에도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인간은 주변 환경을 적극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욕구를 가진 존재이며, 환경을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종종 개인의 창의성과 개성이 발휘되곤 한다. 노동은 이처럼 환경을 바꾸는 작업의 하나로 이해될 수 있다. 노동의 대가는 금전적 차원에서만 거론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노동 과정 자체에서 느끼는 보람, 노동 후 만들어진 결과물에 대한 만족감 등도 노동을 통한 성취에 포함된다. 그런데 분업화된 노동 환경에서 개인의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는 박탈된다. 주어진 일을 반복하는 기계로 전락한 인간에게서 노동 주체로서의 능동적 자발성은 찾아볼 수 없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그에 따른 산업화는 인류에게 많은 편익을 제공했지만, 영화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인간의 노동을 기계에 종속시키고, 선량한 개인의 삶의 파괴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모던 타임즈>는 산업 사회 인간이 처한 비극적 상황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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