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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맹목적 과학 신봉, 인간소외 불러

등록 2007-10-21 15:46수정 2007-10-21 16:24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의 휴머노이드 연구그룹에서 개발한 키즈멧은 상대방의 감정을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정도 표현한다. 첨단 과학기술의 발달이 새로운 종류의 사고와 오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의 휴머노이드 연구그룹에서 개발한 키즈멧은 상대방의 감정을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정도 표현한다. 첨단 과학기술의 발달이 새로운 종류의 사고와 오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21) 과학기술이 인간의 삶에 끼친 영향 / 관련 논제 해결하기 / 난이도 수준-고2~고3

<논제> 과학 기술에 대한 (가), (나), (다)의 공통적인 입장을 밝히고,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시오.(800±50자)

(가) 현대는 인간 자체가 스스로에게 커다란 문제로 떠오른 시대이다. 과학 기술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발전해 어느 새 인간을 복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과학 기술이 현대에만 고유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인간이 짐승의 뼈나 돌로 도구를 만들고 불을 사용하던 때부터 인간은 이미 기술인이었지만, 기술의 단계가 지금처럼 정밀하고 세련된 것이 아니었을 뿐이다. 현대인들은 표면적으로 기술을 제어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구성원들의 연대감을 촉진시키는 도덕적 분위기를 잃어버린 지 이미 오래이다. 물론 이런 추세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실로 엄격한 수직적 사회 질서가 깨지고 보다 많은 개인의 자유를 약속하는 것으로 인식된 과학 기술, 그리고 정치 제도의 혁명적 전환은 인간을 개체화, 고립화시켰다. 세계 내에서의 자신의 위치에 대한 혼란스러움, 무제한적인 선택의 자유 앞에서의 도피, 그리고 역설적으로 더 멀어지는 개인 상호간의 관계 등은 인간을 기계적이고 진부한 삶을 사는 동물이 되도록 만들었다.

자연이 아직 인간에게 두려운 대상이거나 또는 우호적 이웃으로 간주될 때까지는 적어도 인간은 자연을 가깝게 느끼고 살아왔다. 그러나 과학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됨에 따라서 인간과 자연의 밀접한 관계는 끊어지기 시작하였다. 현대 과학 기술의 목표인 자연에 대한 이해와 제어를 위해서 인간은 스스로를 자연으로부터 독립시켜야만 했다. 인간은 스스로가 만든 기술에 의하여 자연의 속박에서 조금씩 벗어나면서 점차 물질적인 여유를 가지게 되어 보다 풍요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게 되었고, 또 이런 문화는 인간의 존엄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런데 현재 우리는 사실상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 줄 것으로 기대하였던 과학 기술이 이미 한계에 봉착하여 그 기능과 역할을 소진해 버린 세계에 살고 있다.

인간은 자연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자신에 대해 보다 객관적으로 알기 위해서 스스로를 대상의 위치에 놓았다. 그 결과, 자연은 인간을 위해 봉사하기 위한, 다시 말하면 인간의 존엄성을 고양시키기 위한 재료의 차원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보다 많은 자유를 보장받아서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한다는 명분 아래 자연을 탈생명화하여 활용 가능한 대상으로 만든 것이다. 자연과 인간이 철저하게 객관화된 결과, 과학 기술이 현저하게 발달하였고, 한동안 세계를 장악하는 인간의 능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낙관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오히려 이제는 과학 기술이 인간을 밀어 내고 주인이 되어 객체가 되어 버린 인간 위에 군림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인간의 자기 소외라는 현상이며, 그로 인해 인간은 자아 상실과 자아 분열로 고통당하고 있다.

- 고등학교 <철학> (대한교과서)


(나) 로봇의 꿈은 첫째, 지능을 가진 기계가 우리를 위해 대신 일을 해 주고, 그리하여 우리는 여가의 삶을 누리며 에덴으로 되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기계들 사이의 다윈>에서 조지 다이슨은 경고하고 있다. “생명과 진화의 놀이에서 유희하는 연기자는 셋이다. 그것들은 인간과 자연과 기계이다. 나는 확고히 자연의 편에 서 있지만, 자연은 내 생각에 기계의 편에 서 있는 것 같다.” 한스 모라벡도 동의하겠지만, 우리는 뛰어난 능력을 지닌 로봇 종(種)과의 조우에서 살아남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한 지능을 가진 로봇이 얼마나 빨리 만들어질 수 있을까? 컴퓨터 기술의 발전 속도로 볼 때, 그것은 2030년까지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능을 가진 로봇이 일단 존재하면, 스스로 복제를 통해 진화하는 로봇 종(種)이 출현하는 데에는 작은 한 걸음만 더 필요할 뿐이다.

로봇 공학이 품어 온 두 번째 꿈은 점차 로봇 기술로 우리 자신을 대체하여, 우리의 의식을 다운로드시킴으로써 거의 영생 불사를 성취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점차 익숙하게 될 것이라고 대니 힐스가 말한 것이 바로 이 과정이며, 레이 커즈웨일이 우아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러한 과정이다.

그러나 우리가 테크놀로지 안으로 다운로드될 때, 그 때부터 우리는 우리 자신이나 심지어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까? 로봇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지금 이해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의미의 인간적 존재는 아닐 것이고, 로봇이 어떠한 의미에서도 우리의 자식들이 될 수는 없을 것이며, 또 이 길을 따라갈 때 우리의 인간성은 상실되어 버릴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유전 공학, 나노 기술, 로봇 공학 같은 21세기의 테크놀로지는 너무도 강력한 힘을 가진 것이기 때문에 그것들은 전체적으로 새로운 종류의 사고(事故)와 오용을 낳을 수 있다. 가장 위험스러운 것은, 역사상 최초로 이러한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기술들이 개인과 소그룹들의 손아귀에 쉽게 들어간다는 점이다. 이 기술들은 대규모 시설이나 희귀한 원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것들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것은 오직 지식뿐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가능한 현실은 단순히 대량 파괴 무기가 아니라 지식에 기반을 둔 대량 파괴이며, 이것은 자기 복제의 힘으로 엄청나게 증폭된 파괴력을 가질 것이다.

- 빌 조이 <왜 우리는 미래에 필요 없는 존재가 될 것인가?>에서 발췌

(다) 자공(子貢)이 남쪽의 초(楚)나라를 여행하고 진(晉)나라로 돌아오려고 한수(漢水) 남쪽을 지나다가 한 노인이 마침 밭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노인은 굴 속 우물에 들어가 항아리에 물을 담아내어 밭에 물을 주고 있었다. 애써 열심히 일했지만 그 효과는 아주 적었다.

자공이 말했다. “여기에 기계가 있으면 하루에 백 이랑까지도 물을 줄 수가 있습니다. 힘을 적게 들이고도 효과는 큽니다. 노인께선 그렇게 해보실 생각이 없으신지요?” 노인은 고개를 들어 그를 보고 말했다. “어떻게 하는 거요?” 자공은 대답했다. “나무에 구멍을 뚫어 기계를 만드는데, 뒤쪽은 무겁게 하고 앞쪽은 가볍게 합니다. 그러면 물을 퍼 올리는 것이 콸콸 넘치도록 빠릅니다. 그 기계를 두레박이라고 합니다.”

밭일을 하던 노인은 순간 낯빛을 붉혔다가 이내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내 스승에게 들었소만, 기계 따위를 갖게 되면 그 기계로 말미암은 일이 반드시 생겨나고, 그런 일이 생기면 기계에 얽매이는 마음이 생겨나는 법이라오. 그런 마음이 있게 되면 곧 순진결백(純眞潔白)한 본래 그대로의 것이 없어지게 되고, 그것이 없어지면 정신이나 본성의 작용이 안정되지 않게 되오. 정신과 본성이 안정되지 않은 자에겐 도(道)가 깃들이지 않소. 내가 두레박을 몰라서 쓰지 않는 게 아니라 부끄러워서 쓰지 않을 뿐이오.”

- <장자> 외편 중 ‘천지(天地)’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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