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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미현아, 웃어봐~! 우리들이 함께하잖아

등록 2007-04-15 19:19

정여름/대구 용계초등학교 교사
정여름/대구 용계초등학교 교사
선생님이 말하는 교실 안팎 /

신규 발령을 받고 간 학교에서 가자마자 미현(가명)이 이야기를 들었다. 부모님께서 정신이 온전치 않고, 목욕도 하지 않아 매우 지저분한 아이라고 했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등 문제가 많아, 많이 사랑해주고 아껴주어야 한다고 했다. 처음 이야길 듣고 초보 교사인 나는 제발 그 아이가 우리 반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학생 명부엔 운명처럼 전미현이란 아이가 있었다. 걱정과 두려움을 잔뜩 안은 채 학교에 출근한 날, 미현이가 생각보다 얌전해 무척 놀랐던 기억이 난다.

미현이는 사회성이 없어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아이들은 미현이가 어수룩하고 냄새 난다는 이유로 따돌렸고, 미현이도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시도하지 않았다. 냄새가 심한 미현이를 깨끗이 씻겨 집으로 보내도 다음 날이면 집에서 나는 온갖 냄새를 다 안고 돌아왔다. 치우고 정리하는 개념이 없는 미현이네 집은 온갖 쓰레기로 가득했고, 거기서 나는 냄새가 온 집안을 가득 메웠으니 그럴만도 했다.

미현인 목소리가 작고 상대방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하지 않으며, 말투까지 어눌했다. 어머니가 정신지체 2급 장애를 가졌고, 아버지는 장애인은 아니지만 한글을 읽고 쓸 수 없는 수준이었다. 언니도 특수학교에 다녔다. 아무도 자기와 놀아주지 않으니 미현이는 선생님 주변만 계속 맴돌았다. 하루에 한 번씩 편지를 써 선생님 책상에 올려두는 등, 선생님 옆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미현이의 학교 생활엔 선생님과 자기밖에 없었다.

이렇게 미현이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사랑에 많이 굶주려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아침마다 데려다 다른 아이들 몰래 목욕시키는 것밖에 없었다. 그 마음이 너무 미안해 속죄하는 기분으로 2년 뒤 5학년을 맡고 미현이를 우리 반으로 데려왔다. 이번에는 정말 미현이가 다른 아이와 똑같이 생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혼자 아무리 노력을 해도 다른 아이들의 외면은 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느 날 미현이 없을 때 다른 아이들과 함께 미현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솔직히 다른 아이들에게 진심이 통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이 갑자기 벼락을 맞은 듯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 아무도 미현이에게 화를 내거나 미현이를 괴롭히지 않는다. 이름을 부를 때도 다정하게 부르고, 냄새가 나도 옆에 가서 미현이가 잘못한 부분을 잡아주며 아주 열심히 도와줬다. 그제서야 나는 교사는 아이들의 영혼을 울리는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온 몸으로 알게 됐다. 지난 주엔 아이들과 뒷산으로 꽃놀이를 다녀왔다. 친구들은 자꾸만 뒤쳐지는 미현이의 손을 잡고, 가방을 들어주고, 엉덩이를 밀어주며 그렇게 함께 산을 올랐다.

봄 햇살이 아주 따뜻한 순간이었다. 미현이는 그날 처음으로 사진을 찍으며 아주 커다란 하트를 그리며 외쳤다. “김치!” 그날 미현이의 일기장에는 “오늘 아주 행복했다”고 적혀 있었다. 정여름/대구 용계초등학교 교사 ozoazoayo@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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