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애/ 천안 신촌초등학교 교사
선생님이 말하는 교실 안팎
1학년을 맡았다. 영어로는 신입생을 후레쉬 맨(fresh man)이라고 한다지 아마. 1학년에게는 정말이지 후레쉬한 냄새가 몰캉몰캉 피어오른다.
1학년은 모르는 것이 엄청 많다. 유치원을 몇 년쯤 다닌 아이도 마찬가지다. 쉬는 시간에 밖에 나가려는데 맨 앞에 선 아이가 교실 문을 안 열었다고 서른 둘, 반 전체 아이들이 모두 문 앞에서 꼼짝 안하고 있기도 하고,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을 가도 좋은가, 물은 마셔도 좋은가 묻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한편으론 아는 것도 엄청 많다. 부분 일식이 진행되던 날 우리는 한 시간 동안 우주에 대해 이야기 했다. 한 시간 동안 교실 안에는 크고 작은 별들이 막 날아다녔는데, 이야기는 공룡에게로 옮겨졌다가 바윗덩이 같은 별이 지구에 떨어져 그들이 멸종하게 됐다는 슬픈 사연으로 끝을 맺었다. 아이들이 주로 말을 했고 나는 아이들의 박식함에 놀랐다. 그리고 이야기를 끝맺듯 한 아이가 물었다. “그런데 선생님, 미국 별이 커요, 우리 나라 별이 커요?”
1학년 아이들에게 학교는 모험이고 스트레스다. 알지 못할 규칙, 듣도 보도 못한 규칙들이 너무 많아서 어리둥절하다. 옆의 아이를 때려서는 왜 안되는지, 하기 싫은 발표를 왜 큰소리로 해야 하는지, 이유와 까닭을 알 수 없는 밀림 속에서 헤맨다. 그런 헤맴과 40분 동안 걸상에 앉아 있어야 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아이들은 피식, 피식 방귀를 뀐다. 아침 밥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옛날 아이들도 그랬는데 요즘 아이들도 그렇다. 누가 뀌었는가 물으면 서로 안뀌었다고 하는 것도 똑 같다.
걸상에 앉으면 발끝이 뜨는 앞자리 작은 얘들이 바둑알을 가지고 노는 것을 보았다. 유심히 보니 한손 가득 잡은 바둑알이 겨우 10개다. 집을 수 있는 바둑알이 겨우 10개 뿐이라는 사실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래, 그럴 것이다. 그래서 조선시대 꾀쟁이 이항복은 대추 장사가 대추 한 주먹 가지라니깐 뒷짐 쥐고 가만 있었다지 않은가. 대추장사가 수줍어 그런 줄 알고 대추 한 주먹 집어 주니 그때서야 받았는데 대추는 항복이 양손에 가득 담겼다고 한다.
1학년의 나이에 그 작은 고사리 손으로 집을 수 있는 것은 아주 조금이다. 그런데 우리 어른들은 그 작은 손에, 많은 것을 담아 쥐라고 야단이다. 그득그득 넘치고 흘릴 만큼, 소화를 못 시켜 방귀를 뀔 만큼 많은 것들을 요구한다. 학교 공부에 컴퓨터, 영어, 태권도, 미술, 발레, 성악까지.
1학년 아이들의 고사리 손에는 따뜻한 햇볕과 밝은 웃음과 예쁜 이야기 한편이면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고, 세상 환해지며 행복해 진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얘야, 손 좀 이리 줘 봐.” 아이들의 작은 손에서 그들을 지치고, 힘들고, 슬프고, 불행하게 만드는 무거운 것들을 덜어내 주고 싶다. 그래서 가벼운 손으로 꼼지락꼼지락 장난도 치고, 가벼운 어깨로 훨훨 춤도 추고 뛰어다니면서 물 흐르듯 맑은 소리로 웃게 하고 싶다. 1학년 담임 교사인 내가 할 일이 바로 그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중애/천안 신촌초등학교 교사 sojoongae@hanmail.net
1학년 아이들의 고사리 손에는 따뜻한 햇볕과 밝은 웃음과 예쁜 이야기 한편이면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고, 세상 환해지며 행복해 진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얘야, 손 좀 이리 줘 봐.” 아이들의 작은 손에서 그들을 지치고, 힘들고, 슬프고, 불행하게 만드는 무거운 것들을 덜어내 주고 싶다. 그래서 가벼운 손으로 꼼지락꼼지락 장난도 치고, 가벼운 어깨로 훨훨 춤도 추고 뛰어다니면서 물 흐르듯 맑은 소리로 웃게 하고 싶다. 1학년 담임 교사인 내가 할 일이 바로 그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중애/천안 신촌초등학교 교사 sojoonga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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