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대/서울 신월중 교사 applebighead@hanmail.net
선생님이 말하는 교실 안팎
올해 업무부서와 담임 배정이 봄방학 중에 이루어졌다. 새로 만날 담임과 친구에 대한 궁금증은 아이들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교사 또한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교사의 행불행이 아이들에게 달려있는 터, 행여 학급에 코드가 맞지 않거나 속 꽤나 썩이는 녀석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경우, 일 년 내내 고전을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3학년 7반 담임을 통보받고 명단을 건네받아 돌아가는 길에, 마침 방송 일을 돕느라고 학교에 나와 있던 3학년 경문(가명)이란 놈을 만났다. 3학년 담임이 되었다고 하니, 녀석이 대뜸 명단을 보여 달라며 달라붙었다. (우리반 명단에 그 녀석 이름이 있었다) 속으로 저 녀석이 담임을 알고 싶어 그런가보다 하며, 내가 제 담임이라고 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몹시 궁금해졌다, 그래서 슬쩍 어떤 담임을 바라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거는 나중 문제”라며 한 마디로 잘랐다. 헉, 뒤통수가 뜨거워졌다.
“그럼 뭐가 궁금한 건데?”
“영희하고 승호 걔네들 몇 반인지 알고 싶어서요. 반도 갈라졌는데, 교실까지 멀리 떨어져 있으면 만나기 힘들잖아요.”
영희는 제 여자 친구요, 승호는 그런 둘 사이를 잘 보좌해주는 단짝친구이다. 역시 그거였다. 아이들의 최고 관심사는 바로 친구인 것이다. 아이들은 무엇으로 사는가. 같은 반에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해주며 격려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두서넛만 되어도, 까짓 거 공부를 좀 못한다 해도, 담임이 아무리 구박을 한다 해도 웬만한 역경은 거뜬하게 이겨낼 수 있는 거다. 반대로 친구들에게 손가락질 받고 소외되는 경우에는, 설령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여간해서 견뎌내기 어렵다. 이 차이는 참으로 큰 것이어서, 말하자면 열대여섯 청춘의 건강한 성장은 무엇보다 친구 관계 회복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학급을 이끌면서 담임으로서 바로 이 지점(이른바 관계 개선을 돕는 학급운영!)에 각고의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참으로 뒤늦게 깨달았다. 그동안은 담임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 전면에 나서서 내 말을 잘 들으라고, 다른 것보다 나를 따르라고 다그치고 질책하면서 일 년을 싸웠다. 얼마나 우둔했는가. 진정 담임이라면, 한 발 물러나 친구 관계를 잘 맺을 수 있도록, 또한 교과 담임(교과 담임과의 관계도 친구 못지않게 중요하다)과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뒤에서 애쓰고 배려하는 것이 우선 아니겠는가.
‘뛰어난 교사는 힘 있는 교사가 되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런데도 진정 힘이 있다. 보통 교사는 힘을 지니려고 한다. 그런데 넉넉한 힘을 지니지 못한다. 슬기로운 교사는 뒤에서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도우니, 가르침의 도와 힘이 여기에서 비롯된다.’ 노자가 설파한 ‘배움의 도’는 언제 읽어도 나를 부끄럽고 또 부끄럽게 만든다.
이상대/서울 신월중 교사 applebighead@hanmail.net
이상대/서울 신월중 교사 applebighe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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