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대/서울 신월중 교사 applebighead@hanmail.net
선생님이 말하는 교실 안팎
지난 주 ‘고딩’ 청소 이야기가 실렸다. 어찌 그리도 흡사한가. 이야기가 나온 김에 ‘중딩’ 청소 이야기도 좀 해보자.
나는 점심시간이면 우리 반(3학년) 교실로 올라가 청소를 한다. 학기 초부터 했으니까 근 20여 일이 되었다. 점심을 먹고 이리저리 흩어져 쉬고 있는 아이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휴지도 줍고, 흙먼지도 쓸고 하는 것이다. (무슨 쓰레기가 그렇게 많은지 이렇게라도 치워놓지 않으면 5, 6교시 교실은 눈 뜨고 봐주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청소를 하면서 눈이 마주치는 아이에게 “밥은 맛있게 먹었니?” 하고 웃으며 인사를 건네지만, 속은 은근히 끓는다. 내가 쓰는 자리를 비켜갈 뿐이지 “선생님 빗자루 주세요. 제가 할게요” 하는 놈이 없다. 사실은 누군가 그렇게 자발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시범청소였다. ‘일을 마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스스로 일을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청소도 당당한 일이다. 할 수 있는 사람이 즐겁게 하자’― 뭐 이런 계산을 깔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따금 눈치빠른 녀석이 “야 주번! 선생님 혼자 청소하시잖아!”하고 봉사도우미를 독촉할 뿐, 누구도 나서려는 기색이 없다.
요즘 아이들은 청소에 참 서툴고, 무감하다. ‘청소할 시간 있으면 공부나 해라’는 부모님 배려(?) 덕분인지는 몰라도 비질 하나 제대로 하는 녀석이 드물다.
학기초에 아이들한테 그랬다. “청소는 똥 누고 밑 닦듯 누구나 해야 할 자연스런 뒷일이다. 청소 열심히 하는 아이 치고 인간성 나쁜 놈 못 봤다, 청소는 귀찮은 뒷정리가 아니라 그 자체가 내일을 준비하는 가치있는 노동이다, 그런고로 나도 같이 청소에 참여하겠다.” 진짜 그렇다. 청소를 쓱싹쓱싹 해치우는 녀석들은 성품도 너그럽고 시원하다. 일머리가 뛰어나서 뭘 해도 대번 표시가 난다.
그런 잔소리를 거듭한 탓인지 오후 정식 청소시간 때는 청소하는 시늉들은 한다. 그런데 살펴보면 대부분 가방을 맨 채 청소를 하고 있다. ‘빨리 가야 해요.’하는 무언의 압력이 아닐 수 없다. 느긋하게 수다 떨며 청소를 ‘즐기려는’ 나로서는 참으로 불편하고 부담스런 노릇이다. 왜 모르겠는가. 빨리 하교해서 학원가기 전이라도 좀 놀고 싶은 이 안타까운 청춘들의 처지를. 그럴지라도 일을 벌이기만 좋아하지 뒷수습을 못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청소는 비중있게 가르쳐야 할 덕목 아니겠는가.
가끔 동료교사에게 ‘아이들을 시키지 왜 교사가 하느냐’는 지청구를 들을 때도 있지만, 시켜서 하는 청소는 지속성도 없거니와 습관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어쨌거나 “선생님 그 빗자루 주세요. 제가 할게요” 하고 나서는 놈이 생길 때까지 이 시위(맞다. 나는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를 계속할 작정이다. 한 번 해 보는 거다.
이상대/서울 신월중 교사 applebighead@hanmail.net
이상대/서울 신월중 교사 applebighead@hanmail.net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