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로리’ 동은이도 신고했지만 소용 없었는데….”
고등학생들은 ‘이야기해도 소용 없을 것 같다’는 것을 이유로 학교폭력(학폭) 피해를 당하고도 학교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학생 쪽의 ‘소송전’이나 ‘맞학폭’(학교폭력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을 역으로 신고하는 것) 등 ‘추가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를 누적적으로 경험하면서 학폭 해결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교육부의 최근 6년 간(2017~2022년)의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한 자료를 공개했다. 2022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학폭 피해를 입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답한 초·중·고생 8370명에게 그 이유를 묻자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라는 응답이 각각 30%, 32.9%, 29%로 가장 높았다.
특히 ‘학폭 미신고’ 이유 가운데 ‘이야기해도 소용 없을 것 같아서’(2017년~2019년은 ‘해결 안 될 것 같아서’)라는 응답률은 초, 중, 고로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높아지는 특징을 보였다. 초등학생(2017년 12.4%, 2018년 12.7%, 2019년 16.5%, 2020년 15.9%, 2021년 16.2%, 2022년 16.6%)은 해를 거듭할수록 응답률이 올랐지만, 10%대에 머무르는 수준이었다. 중학생(17.9%, 19.8%, 23.3%, 25.3%, 21.3%, 19.3%)은 초등학생보다 높았으나 해당 이유가 1~2위를 차지할 정도는 아니었다. 반면 고등학생(20.8%, 25.3%, 30.9%, 35.2%, 29.7%, 27.1%)은 2018년~2021년 4년 동안 해당 응답이 미신고 이유 1위였다.
고등학생이 학폭 신고에 대한 기대가 낮은 이유는 신고 이후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고 소송전이 벌어지는 등 부작용을 초등학교 시절부터 오랜 기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게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우 경기금암초 교사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가·피해학생 간 관계회복 프로그램은 예산상 문제나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를 들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오히려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을 ‘맞학폭’으로 신고하거나 소송전으로 번지는 사례도 있다”며 “고등학생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거치며 학폭 사안이 해결되지 못하는 사례를 보거나 겪었기 때문에, 이런 경험이 축적돼 신고에 대한 기대가 더욱 떨어질 것”고 말했다.
학폭 사건을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방관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7년 20.3%에서 2020년 34.6%까지 올랐다가 2021년부터 다소 감소해 2022년 29.3%로 떨어졌다. 다만 고등학교는 증가세(25.7%, 32.9%, 32.8%, 32.2%, 2021년 34.4%, 2022년 35.7%)다.
한편, 지난달 31일 열리기로 했던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폭 진상조사를 위한 국회 청문회가 정 변호사 불출석을 이유로 오는 14일로 연기되면서 교육부의 학폭 근절대책 발표 시점도 한차례 더 연기될 전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일단 이번주(3~8일) 중 발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사정을 고려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3월 말 학폭 근절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었던 교육부는 지난달 31일로 청문회 일정이 잡힘에 따라 이달 초로 발표 시점을 한차례 미룬 바 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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