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가해로 전학 처분을 받은 사안을 대법원 소송까지 끌고 간 정순신 변호사 자녀 사례를 두고 “2차 가해”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정작 법조계와 교육계에선 피해자를 고립시키면서 입시 전까지 소송전을 벌이는 것을 ‘일반화된 방법’이라고 말한다. 정 변호사는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지 하루 만에 법률 전문가의 ‘끝장 소송’이 아니냐는 공분이 일면서 지난 25일 물러났다.
2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학교폭력 가해자 쪽에 ‘전문팀’이 붙어 대응하는 소송전은 주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과 본안 소송에 해당하는 처분 취소 소송이다. 재판 선고가 나오기 전까지 우선 징계 조처를 멈추는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게 되면, 처분을 감경받거나 취소시키기 위한 본안 소송이 시작된다. 학교폭력 사건 경험이 많은 박상수 변호사(법률사무소 선율)는 <한겨레>에 “담당 변호사 변경과 기일변경 신청 등을 거쳐 3심인 대법원 판결까지 가면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졸업할 시간인 3년이 그냥 흐른다”며 “그동안 피해자는 2차 피해를 받는 셈”이라고 했다. 다만 교육부는 학폭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상황이 결정되는 대로 즉시 학생부에 기재하도록 규정했다.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도 기재된 사항은 그대로 둬야 하며, 향후 조치가 변경되거나 취소될 경우에만 수정한다.
피해자와 학교폭력 담당 교사를 상대로 한 ‘입막음 소송’도 벌어진다. 박 변호사는 “소송전이 벌어지는 동안 피해 부모가 그 사실을 알리자 ‘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는 등의 일이 부지기수”라며 “최근에는 학교장의 종결을 거치지 않고 학폭위로 사건을 보냈다고 학교폭력 담당 교사를 무고로 고소하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이처럼 소송전이 길어지는 것 자체가 피해자의 2차 피해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종 소송에 끌려다니게 되며 피해자의 회복과 치료가 더뎌진다는 것이다.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은 “가해학생 쪽은 법률대리인으로 무장해 각종 증거자료를 준비하는데, 피해학생 쪽은 ‘피해를 받았으니 당연히 해결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홀로 사건에 임하다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과와 화해가 아닌 소송전으로 이어지며 가해자도 잘못에 대해 깨닫고 반성할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닌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폭력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의 경우 피해학생에 대한 심문을 거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학교폭력 처분 취소 소송의 경우에는 사건 특성상 최대한 빠르게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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