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용(가명·14)군이 지난 9월 치료센터에서 청능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청능재활치료는 보청기 착용 또는 인공와우 수술 전후에 다양한 말소리와 음향적 신호를 변별해 청각적 이해력을 발달시킬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이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요즘 차를 타고 가다 보면 그렇게 자기가 먹고 싶은 걸 얘기해요. 최근엔 특수학교 행사에서 시계를 가지고 시간을 제대로 맞추는 걸 보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태용(14·가명)이에게 사춘기가 온 것 같아서 힘들다”고 말하는 엄마(46)의 목소리엔 희망이 섞여 있었다. 엄마는 태용이가 꾸준한 치료를 받으면서 지난 10월부터 눈에 띄게 표현력과 인지 능력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언어치료·특수체육치료 선생님들도 더 높은 수준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어요. 많은 분의 도움으로 포기하지 않고 치료를 받은 덕분이죠.” 엄마에게 태용이의 ‘사춘기’는 희망의 상징으로 다가온 듯했다.
청각·지적·자폐성 중복장애가 있는 태용이와 태일(19·가명) 형제는 지난 4월 한겨레 나눔꽃 캠페인(밀알복지재단)에 소개됐다. 태어날 때부터 아무것도 듣지 못한 형제는 생후 15개월째에 전기 자극으로 소리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인공와우’ 수술을 받았다. 엄마는 “수화만 배우면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형제는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를 함께 가지고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형제는 2∼3살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
엄마는 형제들이 자립해 살아갈 수 있길 바라며 주3회 언어치료·2회 특수체육치료에 매진했지만, 가정 형편이 문제가 됐다. 억대 연봉자인 형제의 아빠는 지난 2016년 엄마와 이혼한 후 양육비를 단 한 푼도 보내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부양의무자로 등록된 전 남편의 연봉이 1억원을 넘다 보니 엄마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지만, 정부로부터 주거급여도 받을 수 없다. 아이들을 돌보느라 엄마는 하루 2시간 장애인활동보조사로 일하며 한 달 150만원 수입을 올리는 게 전부지만, 아이들 치료비만 해도 한 달에 112만원에 달해 경제적 부담이 컸다.
다행히 한겨레 보도 이후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태일·태용 가족에겐 응원이 쏟아졌다. 255명의 손길이 모여 1314만5135원이 모였다. 후원금을 통해 형제는 안정적으로 언어치료 등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인공와우 재수술을 앞둔 태일이의 수술비 부담도 덜었다. 엄마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태용이는 치료를 통해 발음과 의사 표현이 더 명확해졌다. 앞으로 치료를 통해 밖에 나가고 싶다거나 아프다는 표현도 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며 “생각보다 많은 도움을 받아 놀랐다. 따듯한 응원을 보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