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과외 받고 있는 지안(가명·17)이 모습. 이지안 학생 제공
“이제 고3이라 망했어요. 그래도 사실 지금까지는 혼자서 다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항상 있었는데, 이제는 모르면 물어볼 수 있는 과외선생님이 계셔서 마음이 조금 놓여요.”
충남 지역에서 첼리스트 꿈을 키우고 있는 이지안(가명·17)양은 지난 1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웃음기가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안이는 “예전에는 교과서만 보고 공부해서 항상 문제가 나오면 모르거나 긴가민가했는데, 과외받으면서는 아는 문제가 나와서 풀 수 있게 된 게 신기하고 좋다”며 “앞으로는 시험시간 조율을 잘해서 배운 거 조금 더 많이 답을 맞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지안이는 첼로 레슨비만으로도 부담이 커 국어와 영어 과외는 꿈도 못 꿨다. 학교 내신 공부를 준비하기 위해 기댈 곳은 교과서와 문제집 몇 개뿐. 자연스럽게 지안이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첼로 연습에 더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지안이 이야기는 지난 6월 한겨레 나눔꽃 캠페인(월드비전)에 소개됐다. 초등학교 2학년때 처음 지역아동센터에서 음악을 배울 기회를 접한 지안이는 운명적으로 첼로를 선택해 10년 동안 첼로를 연주해 왔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첼로 연습을 하고 대회 준비를 했던 지안이는 중학교 3학년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이 길을 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지안이와 부모님은 기초생활 수급과 부모님 몫으로 나오는 장애인수당·연금 등 지원금 월 170만원으로 생활을 하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겨레 보도 이후 지안이의 꿈을 응원하는 사람들 363명의 도움으로 1310만1019원이 모였다. 후원금으로 지안이는 안정적으로 대학 입학 준비와 내신 성적을 위한 과외와 첼로 레슨비를 충당할 수 있게 됐다. 내년이면 고3이 되기 때문에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실기 이외 필기 공부 준비도 필요한 상황이라 후원금이 더 단비처럼 느껴졌다.
지난 8월에는 인근 대학에서 개최하는 전국 고등학생 음악경연대회에 참여해 2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해당 대회에 참여했지만 수상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수상하게 돼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지안이는 설명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말에 지안이는 “우선 이달 말에 있는 학교 실기 시험 준비 잘하고, 방학 때도 나갈 수 있는 대회가 있으면 계속 나갈 것”이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지난 8월 인근 대학에서 개최하는 전국 고등학생 음악경연대회에 참여해 2등으로 입상했다. 대회에서 첼로를 연주하는 지안(가명)이 모습. 이지안 학생 제공
지난 8월 인근 대학에서 개최하는 전국 고등학생 음악경연대회에 참여해 2등으로 입상했다. 이지안 학생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