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뒤 반년 넘게 누워만 있던 지율(가명·2)이가 혼자서 공을 차는 모습. 지율 엄마 제공
“많이 좋아졌어요. 정말 좋아졌어요.” 태어난 지 10개월 만에 극희귀질환인 ‘포토키 룹스키’ 증후군 진단을 받은 지율(가명·2)이의 엄마(42)는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달 지율이가 장애물을 넘었다. 반년 전만 해도 한쪽 발을 제대로 딛지 못해 울타리를 붙잡고 일어섰던 지율이었다.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어요.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성장이 느린 아이’ 지율이는 지난 5월 한겨레 나눔꽃 캠페인(대한적십자사)에 소개됐다. 지율이가 앓고 있는 포토키 룹스키 증후군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환자가 몇 명 없는 유전자 이상 뇌병변이다. 근육·지능 발달이 느리고 심장·신장 기능이 약하다는데, 사례가 얼마 없다 보니 어떤 증상이 주로 나타나는지 예측이 힘들다. 완치는 불가능하고, 평생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
‘어릴 때 치료를 집중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말에 엄마는 가능한 모든 치료를 받고 싶었지만, 문제는 치료비였다. 국가 지원이 없으면 재활 및 물리치료만으로도 천만원이 훌쩍 넘었다. 두 돌을 앞뒀던 지율이가 시작해야 할 감각통합치료, 언어치료 등은 대부분 건강보험에 포함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였다.
다행히 한겨레 보도 이후 “희망을 잃지 마세요” “지율아 힘내자” 등 응원이 쏟아졌다. 406명의 마음이 모여 1924만5684원이 지율이네 가족에게 전달됐다. 지율이는 후원금으로 두달여 간 어린이재활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엄마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비급여 진료는 한번 할 때마다 6∼7만원이 들어가니 솔직히 부담됐다. 평소 같았으면 두 번 할 걸 한 번만 했을 텐데, 지율이한테 필요한 치료면 모두 신청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입원 치료가 끝난 지율이는 급격히 성장했다. 엄마는 “최근 한두 달 사이에 생후 6개월 수준이던 지율이가 12개월 수준으로 발달했다. 병원에선 ‘우등생’이 됐다”고 말하며 웃었다. 장애물을 넘었던 지율이는, 혼자 걸어 다닐 수 있게 됐다. 공을 차기도 한다. 하루에 두세 번도 했던 ‘무호흡’ 경련은 한 달에 한 번꼴로 줄었다. “엄마, 아빠”를 감탄사처럼 내뱉던 지율이는 “배고파”라는 단어도 알게 됐다.
엄마는 아직 할 것이 많다. “많은 경험을 시켜주려고 해요. 뛰어도 보고, 어린이집에도 가고, 앞으로 저희의 행진은 그렇습니다. 이렇게 많이 도와주실 줄 몰랐는데 정말 놀랐습니다.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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