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한국 드라마에 ‘민폐 여캐’(문제 상황을 악화시키는 여성 캐릭터를 가리키는 속어)는 드물었다. 자신의 욕망을 직시하고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여성 인물들이 주목받은 가운데, 누구보다 도드라진 배우가 바로 신혜선.
신혜선은 올해 상반기 <비밀의 숲>(티브이엔)에서 아버지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삼을 정도로 물불 가리지 않고 행동하는 영은수 검사 역을 맡아, 드라마 팬들에게 ‘영또’(영은수 또라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임팩트 있게 죽어서 만족한다.(웃음)” 그가 드라마 종영 직후 한 언론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영또’의 죽음은 드라마의 극적 반전·충격을 만들었다. 2013년 드라마 <학교>(한국방송2)로 데뷔한 뒤, 2016년 <아이가 다섯>(한국방송2), <푸른 바다의 전설>(에스비에스) 등으로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해온 신혜선의 연기 실력도 ‘임팩트’ 있게 주목받았다.
지난 9월 시작해 최근 시청률 40%를 돌파한 주말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한국방송2)에서는 주연급 배우로 확실한 도장을 찍었다. 재벌가, 출생의 비밀 등 자극적 요소가 많은 줄거리지만 ‘흙수저’ 사회 초년생의 비참한 현실과 신분상승 욕망, 좌절감을 실감나게 연기해 시청자들이 극에 몰입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신혜선 혼자 하드캐리(활약상이 매우 크다는 의미의 신조어)한다’는 평가가 에스엔에스(SNS)를 뒤덮었다.
신혜선은 지난해 ‘신스틸러 페스티벌’ 신인상을 받으며 “기대와 관심에 반하지 않는, 연기로 보답할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는 수상 소감을 전했다. 올해 시청자들은 그의 이런 ‘약속’이 실현돼 행복했다. 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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