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대한민국은 모든 것이 확 달라진 한 해를 보냈다. 올해 대중문화계에도 우리를 행복하게 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브라운관과 스크린, 공연장을 누비며 평범한 갑남을녀들의 희로애락을 책임진 스타들이 있었다. ‘새로 뜬 별’도 있고 ‘재발견한 별’도 있다. <한겨레>가 올해 대중문화계에서 활약하며 남다른 존재감을 뽐낸 ‘스타 10인’을 뽑아 조촐한 상을 마련했다. 이른바 ‘한겨레 마음대로 이름 붙인 상’. 상에 따른 특전으로 ‘내년도 <한겨레> 문화면 1회 등장권과 함께 담당기자 까방권(까임방지권)’을 약속한다.
(뱀발: 까방권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경우, 취소됨을 유의)
‘노장은 죽지 않는다. 다만 농익을 뿐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아이 캔 스피크>로 올해 한국 영화 시상식의 여우주연상을 ‘올 킬’ 한 나문희(76)는 노배우의 숙성된 연기가 가진 힘을 증명했다. 배우 인생 56년 만에 더 서울 어워즈를 시작으로 청룡영화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디렉터스컷 어워즈에 이어 올해의 여성 영화인상 대상까지 거머쥐며 그는 진정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데뷔 이후 영화, 드라마, 시트콤을 종횡무진하며 주로 조연으로 활동해온 나문희는 <아이 캔 스피크>로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한 획을 새로 그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였던 과거의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도깨비 민원 할머니 나옥분 역을 맡아 웃음과 감동,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잡는 인생 연기를 펼쳤다. 나문희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용기가 역사의 아픔으로만 국한돼 비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큰 틀을 바로 세울 수 있는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지욱 평론가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과 아픔을 온몸으로 체화시켜 표현해야 하는 나옥분 역은 연륜과 연기력으로 섬세한 감정 표현까지 가능한 나문희 말고는 소화하기가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고 평가했다.
나문희의 수상 소감은 연기만큼이나 감동으로 다가왔다. “나의 친구 할머니들, 나 상 받았어요. 여러분도 열심히 해서 각자의 자리에서 꼭 상 받으시길 바랍니다”라는 청룡영화제 소감은 배우들뿐 아니라, 각 분야에서 오랫동안 고군분투해온 노장들에게 큰 용기와 희망을 안겼다. 70대에 연기 인생을 새로 꽃피우며 올해 최고로 행복했을 나문희, “당신으로 인해 우리들도 행복했습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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