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 등 6개 현업 언론단체는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탄압 중단을 요구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이 비속어 논란에 대한 사과 없이 언론에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를 거듭 보이는 것과 관련해 언론인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비속어 논란의 당사자인 윤 대통령이 특정 언론사를 점 찍어 ‘국익 훼손’ ‘진상 규명’ 프레임을 덧씌울 게 아니라 자신이 내뱉은 욕설과 비속어 발언에 대한 사과부터 해야 한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방송기자연합회 등 현업 언론단체는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과 여당이 내세우는 ‘정언 유착’ 주장 등에 대해 “가짜뉴스, 좌파언론 운운하며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촉발된 논란을 반대 진영의 계획된 공격이라는 진영논리와 음모론으로 덧칠해 보려는 뻔하고 낡은 초식의 대응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견에는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피디(PD)연합회까지 모두 6개 단체가 참여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대통령실에서 문제 삼는 표현대로 영상을 내보내거나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가 무려 140여개”라며 “140여개 언론이 작당을 해서 ‘동맹 훼손을 시도했다’는 해명이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납득이 되냐”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대통령실의 오락가락 해명과 관련해 “하다 하다 안 되니까 이제 욕설도 안 했다고 한다. 홍보수석이 했던 발언을 그 다음 날 대통령실이 뒤집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의 향연이 이어지고 있다”며 “조금 더 가면 ‘대통령이 미국에 간 적 없다’는 소리까지 나올 지경”이라고 짚었다.
이어 최지원 한국피디연합회장은 이채훈 정책위원이 대독한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막말로 국격을 훼손한 것도 끔찍하지만 이를 거짓으로 덮으며 방송장악의 빌미로 삼으려 한다면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은 ‘엠비시(MBC) 편파·조작 방송 진상규명 티에프’를 구성해서 편파 방송 시정에 적극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며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을 최초 보도한 <문화방송>(MBC)에 거듭 화살을 돌렸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도 이날 오전 문화방송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한 인터뷰에서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문화방송 책임을 강조했다. 여당과 대통령실이 비속어 발언에 대한 구체적 사실관계 확인과 사과 없이 문화방송을 겨냥해 진상 규명 필요성을 언급한 윤 대통령의 전날 발언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다.
6개 현업 언론단체는 여권의 이런 대응과 관련해 “국익을 해치는 것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럭비공처럼 튀어나오는 대통령의 거친 언사이지 이를 보도하는 언론이 아니다”라며 “물가와 환율, 금리 폭등 속에 도탄에 빠진 민생을 뒷전에 내팽개친 채 말장난으로 잘못을 덮으려는 권력의 처신은 더 큰 화를 자초할 뿐”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사태를 수습하는 유일한 방책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진솔하게 국민들에게 사과부터 하는 일”이라며 “이를 외면한 채 ‘언론’을 문제의 화근으로 좌표 찍고 무분별한 탄압과 장악의 역사를 재연한다면 윤석열 정권의 앞길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12개 언론사가 꾸린 대통령실 출입 영상기자단도 지난 26일 성명에서 “영상기자들을 포함한 언론인과 언론사의 취재자유, 언론자유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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