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에스비에스>(SBS)가 방송한 <주영진 뉴스브리핑> 화면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여권이 <문화방송>(MBC)을 표적 삼아 ‘정언유착’ 공세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주영진 <에스비에스>(SBS) 앵커가 여당을 향해 “그날 지상파 방송 3사 메인뉴스를 보면 다 ‘바이든’이라고 자막이 나갔는데, 왜 엠비시만 비판하고 맹공을 가하느냐”고 지적했다. 12개 언론사가 꾸린 대통령실 출입 영상기자단도 “특정 방송사를 공격하고 음해하려는 시도를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 앵커는 지난 26일 오후 <주영진 뉴스브리핑>에 출연한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과 비속어 논란에 관한 질문을 주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주 앵커는 “문제의 발언이 논란이 됐던 9월22일 지상파 방송 3사 뉴스를 보면 다 바이든이라고 자막이 나갔다”며 “국민의힘은 왜 엠비시만 비판하고 맹공을 가하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주 앵커의 설명처럼 22일 에스비에스는 <8시뉴스>에서 ‘윤 “바이든 쪽팔려서 어떡하나’ 제목을 붙여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한국방송>(KBS)도 현장 영상에서 윤 대통령이 내뱉은 비속어 부분에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자막을 붙였다. 지상파 3사 이외에도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에 대한 대다수 언론의 보도 태도와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제의 발언이 논란이 됐던 9월22일 그날 저녁 지상파 방송 3사 뉴스를 보면 다 바이든이라고 자막이 나갔습니다. 지금도 보시면 다 확인할 수 있어요. 왜 엠비시(MBC)만, 왜 엠비시만 공격하고 엠비시만 비판하는지. 저희까지 비판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고, 지상파 3사 뉴스가 다 그렇게 나갔는데, 왜 엠비시만 국민의힘에서는 비판하고 맹공을 가하고 있느냐, 이 부분이 궁금해서 질문을 드리는 겁니다.”(주영진 앵커)
“당연히 확인하지 않고 함부로 내보낸 모든 방송사와 언론인도 충분히 반성하고, 만약 확신에 차서 보도했다면 논란의 여지가 없겠지만 확신이 없었는데 엠비시를 따라했다고 하면 문제가 있겠죠.”(김정재 의원)
이와 관련,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번 순방 보도에서 최초로 대통령의 비속어 프레임을 씌운 엠비시는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기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엠비시의 행태는 이대로 도저히 두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날에는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확한 내용을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이 ××들’ ‘바이든’ 같이 듣고 싶은 대로 자막을 처리해서 보도한 엠비시는 그 경위를 밝혀야 할 것”이라며 문화방송을 정조준했다.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에 관한 <문화방송>(MBC) 보도 화면 갈무리
문화방송에 대한 여권의 공세와 관련해 주 원내대표는 물론 이날 방송에 출연한 김 의원까지 ‘다른 언론은 문화방송의 최초 보도를 따라간 것’이라며 일방적 주장을 거듭하자, 주 앵커가 추가 질문을 던졌다.
“자, 엠비시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이 아주 강하게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까 지상파 3사 메인뉴스가 다 똑같이 나갔다고 하는데, 왜 케이비에스와 에스비에스에 대해서는 저렇게 (강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거죠?”(주 앵커)
“아마 최초 보도를 엠비시에서 해서 그런 것 같구요.”(김 의원)
“그리고 아까 표현하신 것 중 저희가 그대로 ‘따라갔다’는 표현을 하셨는데.”(주 앵커)
“그러면 다 확인을 하셨나요.”(김 의원)
“네, 나름대로 확인을 해서 메인뉴스에 나간 겁니다.”(주 앵커)
여권이 문화방송을 겨냥해 좌표찍기에 가까운 공세를 멈추지 않자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영상기자단은 이날 “특정 방송사의 영상 기자를 음해하는 공격과 보도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영상기자단은 ‘대통령 영상기자단의 정당한 취재에 대한 왜곡을 멈추십시오’ 제목의 성명에서 “해당 발언이 취재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왜곡도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밝힌다”며 “문제가 된 비속어 발언은 영상 기자가 우리 대통령이 퇴장하는 모습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안보실장 등과 함께 퇴장하며 해당 발언을 했기 때문에 담기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해당 발언이 가진 문제점과 잇단 대통령실의 해명 과정에서 생겨나고 있는 국민의 혼란과 실망에 대한 제대로 된 조치는 없고, 불필요한 정치적 갈등과 논란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며 “이로 인해 언론인과 언론사의 취재자유, 언론자유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덧붙였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