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마친 뒤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굴욕 외교 비판을 받는 한-일 약식회담에 관해 “한일 관계 정상화는 강력히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따가운 여론에도 기존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점을 표시하면서, 외교안보 라인 책임자에 대한 문책 가능성을 닫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귀국 뒤 처음 한 출근 문답에서 순방 성과를 설명했다. 그는 한-일 약식회담에 관해 “지난 정부에서 한일 관계가 너무 많이 퇴조해 한번에, 한술에 배부를 수 있는 관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국민들과 한, 일 기업은 양국의 정상화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기업들은 상호 투자함으로써 일자리를 늘리고, 성장에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며 “앞으로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한일 관계 정상화는 강력하게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일 외교가 피해자 중심주의를 도외시한 채 저자세, 과속이라는 비판이 상당함에도 기존 정책에 문제가 없으며,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국가안보실1차장, 박진 외교부 장관 등 외교 안보라인을 교체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날 외교 안보라인 인적 쇄신 계획 여부를 묻는 물음에 “아침에 윤 대통령이 한일, 한미 정상회담과 환담의 성과를 충분히 말했기 때문에 더 보태지 않겠다”며 가능성을 닫았다.
윤 대통령은 ‘48초 만남’에 그쳤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회동에 관해서는 본인의 판단과 지시에 따라 환담이 이뤄졌다고 했다. 그는 “(영국 런던의) 버킹엄 리셉션에 가보니 100여 개국 이상이 모이는 자리에서 미국 대통령이야말로 장시간 잡아서 무엇을 한다는 게…”라며 “그래서 제가 참모들에게 ‘장시간 (회담을) 잡기 어려울 것 같으니 무리하게 추진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국내 전기차 업계에 타격을 주는 미국의 인플레 감축법(IRA)에 관해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한민국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우리 기업에만 별도의 불이익이 나지 않도록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따가운 여론을 의식해 외교안보 참모 가운데 일부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애초 관례대로 한-일 회담 등을 양국이 동시에 발표했다면 이런 상황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누구든 책임은 져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