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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80만원 박봉, 그 작은 희망마저 잘라버려”

등록 2007-07-11 02:19수정 2007-07-11 19:59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기독교청년회전국연맹 등 28개 시민사회·여성단체들이 10일 오전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몰점에서 이랜드의 비정규직 대량 해고 사태와 관련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이랜드에 해고자들을 즉각 복직시키라고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A href="mailto:viator@hani.co.kr">viator@hani.co.kr</A>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기독교청년회전국연맹 등 28개 시민사회·여성단체들이 10일 오전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몰점에서 이랜드의 비정규직 대량 해고 사태와 관련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이랜드에 해고자들을 즉각 복직시키라고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현장] 홈에버 월드컵몰점 농성 11일째
쇼핑카트로 막고 새우잠…“교회엔 130억 헌금” 울분
“조합원들만 교묘히 탈락…아이들에 차마 말도 못해”

평일에도 하루 4억~5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거대한 쇼핑몰의 출입구는 대부분 굳게 닫혀 있었다. 10일 오전 서울 홈에버 월드컵몰점. 문 밖에는 경찰병력이 곳곳을 지키고 있고, 전기마저 끊긴 매장 안에서는 농성 노조원들의 구호와 투쟁가가 쉬지 않고 터져나왔다. “무더기 해고 중단하라!” “가짜 정규직 반대한다!”

[현장③] 이랜드 파업 11일째…작은 소망 “집으로” 그리고 가족

[%%TAGSTORY3%%]

매장에는 온갖 상품이 여전히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우리 사회의 풍요를 드러내는 이곳이 우리 사회 최대 약자인 비정규직 계산원들의 일터라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그러나 월급 80만원의 박봉으로 하루 8시간 이상씩 일하던 비정규직 계산원들은 매장 물품 중 쇼핑카트만을 가져다가 자신들을 지키는 바리케이드로 쓰고 있었다.

매장 한쪽에서 자신들을 해고한 이랜드그룹의 회장이 130억원을 교회 헌금으로 낸 사실을 규탄하는 노조원들의 울분에 찬 ‘수다’가 들려왔다.

월드컵몰점 비정규직 계산원 김아무개(41·여)씨는 “여기서 일한 지가 2년이 넘었지만, 이웃 지점의 동료들이 가차없이 ‘잘리는’ 걸 보면서 불안하기 짝이 없다”며 “까르푸(홈에버의 옛 이름) 시절에도 불만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지금은 다들 그때를 그리워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이후로는 퇴사한 계산원들 자리에 새로 사람을 뽑지 않아, 1층 매장의 25개 계산대 가운데 평일에는 8~9곳밖에 운영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때문에 5~6시간 동안 화장실도 못 가고 계산대를 지켜야 했다. 비정규직법이 시행되기 훨씬 이전부터 회사는 속셈을 이미 드러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현장①] 이랜드 파업 11일째…우리는 왜!

[%%TAGSTORY1%%]

실제 농성 조합원들은 대체로 지난해 4월 이랜드그룹이 까르푸를 인수하면서, 노동 강도가 강화되고 고용불안도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쥐꼬리만큼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가끔 오르던 임금은 완전히 동결됐고, 되레 고객을 가장해 매장을 돌아다니는 모니터요원의 감시는 훨씬 더 강화됐다.

또다른 농성 조합원 김아무개(40·여)씨는 홈에버 시흥점의 한 생활용품 매장에서 21개월 동안 일을 해오다 지난 5월30일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당시 눈앞이 캄캄했다는 그는 “다른 할인마트들이 휴무를 하는 설날에도 우리는 계산대를 지켰는데, 회사는 끝내 해고 이유조차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격무에 한달 80만원의 박봉이었지만, 다시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초등학교 5학년, 2학년 아이들에겐 차마 “엄마가 잘렸다”는 얘기를 꺼내지도 못했다고 한다.

농성을 이끌고 있는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은 “까르푸와 맺었던 ‘계약직 조합원의 고용안정에 관한 단체협약’ 등이 휴짓조각이 돼버렸다”며 “더 물러설 곳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회사가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했다.

[현장②] 이랜드 파업 11일째…“민주노조 깃발 내릴 수 없다”

[%%TAGSTORY2%%]

뜻밖에도, 스티로폼을 깔고 새우잠을 자는 농성 조합원 가운데는 정규직 조합원들도 적지 않았다. 경기지역 한 매장의 정규직인 김아무개(34·여)씨는 “회사가 이번 기회에 정규직들도 줄이려 하는 것 같다”며 “대전에서 일하던 직원을 천안으로 인사발령 내는 식으로 퇴사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성이 길어지면서 대부분 여성인 조합원들의 얼굴엔 피로감이 짙게 묻어났다. 가족들까지 돌봐야 하는 600여명의 노조원들은 2인1조 맞교대로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이날 한때 처음으로 노사 대표가 만나자 농성장에는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피어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저녁 8시께 당도한 소식은 협상 결렬. 여성 조합원들 얼굴엔 어느새 ‘투사’의 표정이 다시 자리잡고 있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동영상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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