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건설노조가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날 숨진 건설 노동자 분신 사건은 윤석열 정부의 무리한 건설노조 탄압이 불렀다며 윤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에 맞서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노동절에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을 규탄하며 분신한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 지역 간부가 끝내 숨졌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정부의 ‘노조 악마화’가 극단적인 사회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2일 “강원건설지부 양아무개 지대장(50)이 2일 오후 1시9분께 운명했다”고 밝혔다. 양 지대장은 지난 1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분신해 화상전문병원인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된 지 하루 만에 사망했다. 그는 조합원 채용, 노조 전임비 지급을 강요한 혐의(공동 공갈) 등으로 지난 2월부터 수사를 받아왔다.
건설노조는 이날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경찰의 무리한 강압수사가 사태를 일으켰다”고 밝혔다. 양 지대장과 함께 강원건설지부에서 활동한 김현웅 사무국장은 “그놈의 공갈(혐의)이 양 지대장의 항거를 만들었다”며 “왜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파렴치범으로 몰아가냐”고 말했다. 강한수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교섭한 단체협약이 협박이고 강요라고 한다. 노조법은 죽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노조는 오는 4일 서울 용산에서 5천명 규모의 전국확대간부 상경투쟁에 이어 이달 중 총력투쟁을 벌일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의 사과와 국토부 장관 사퇴, 건설노조 탄압 중단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노조 혐오와 ‘건폭몰이’가 사회갈등을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병훈 중앙대(사회학) 교수는 <한겨레>에 “대통령이 딱 집어서 노조를 건폭(건설 현장 폭력 행위)이라고 악마화하고 죄악의 어떤 표본으로 다루다 보니 현장에선 부당하게 느끼고 있다”며 “노동계에 대한 탄압이 계속될수록 노조가 더 세게 반발할 것이고 극단적인 불상사로 이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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