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분신한 건설노조 강원지부 양아무개씨가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윤석열 정부가 건설노조 활동을 ‘건폭’(건설 현장 폭력 행위)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는 가운데, 노동절 당일인 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둔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도 지역 간부가 법원 앞에서 분신했다. 노동계는 정부와 수사당국의 무리한 수사가 이번 사태를 불렀다고 반발했다.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9시35분께 강원도 강릉시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제3지대(강릉·속초·고성·양양)를 맡고 있는 양아무개(50) 지대장이 분신했다. 양 지대장은 분신 직후 심정지가 한차례 오는 등 위독한 상태에서 화상전문병원인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졌다.
양 지대장은 속초와 강릉 등의 건설 현장에서 조합원 채용, 노조 전임비 지급을 강요한 혐의(공동 공갈) 등으로 지난 2월부터 수사를 받아왔다. 검찰은 4월26일 이런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노동절인 이날 오후 3시께 다른 간부 2명과 함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강릉지원에서 받을 예정이었다. 지난해 건설노조의 지역 대표 격인 지대장을 맡은 양 지대장은 건설 현장에서 건설사와 단체협약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서일경 민주노총 건설노조 법규부장은 “(검·경이) 전임비 지급, 조합원 채용 등 단체협약 체결과 관련된 사항 전부에 대해 공동 공갈 혐의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양 지대장은 분신에 앞서 건설노조 간부들이 모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죄 없이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적용된 혐의가)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라며 “제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김정배 강원건설지부장은 “사쪽 이야기만 듣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무리한 수사라는 이야기를 양 지대장이 많이 했다”고 말했다. 강원도 속초에 거주하는 양 지대장은 마트 노동자인 아내와 중학생인 자녀 둘을 키우는 건설노동자로, 2019년 11월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가입해 철근팀장으로 일해왔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이날 낮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전국동시다발 결의대회에서 “정당한 노조 활동을 불법으로 매도해서 건설노동자 1천여명을 내사하고 15명을 구속시켰다”며 “인간 존엄성을 짓밟는 행위에 대해 정권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노조는 오는 7월10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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