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한 2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열린 긴급현장상황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 첫날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발동 가능성을 시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화물기사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정부가 자영업자에게 강제로 일하라 명령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실무적 준비에 이미 착수했다. 이르면 다음 주 화요일(29일) 국무회의 또는 임시국무회의를 열어서라도 주어진 의무를 망설이지 않고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14조는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집단 거부해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는 경우’ 국토부 장관이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업무개시명령을 위해서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화물기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화물운송 종사자격 취소·정지도 가능하다.
노동계에서는 업무개시명령은 파업 무력화를 목표로 도입된 제도인 데다, 2004년 도입 뒤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발동된 적이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정부·경영계는 화물기사를 노동자로 보지 않고 개인사업자 즉 ‘특수고용노동자’로 보고 있어, 정부가 자영업자에게 사실상 노동을 강제한다는 점에서 위헌 논란도 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업무개시명령은 죄형법정주의와 강제노동금지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가게가 이익이 안 나 문을 닫은 것인데, 강제로 문을 열라고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국토부는 지난주부터 화주단체들로부터 거래 운수사업자의 명단과 취급화물의 종류, 화물기사 인적사항 등의 자료를 파악했던 것으로 확인돼, 국토부가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위해 미리 자료를 수집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황 파악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강제사항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화물연대 쪽은 “국토부가 안전운임제 품목확대와 일몰제 폐지에 대한 논의는 게을리하면서도 총파업을 무력화시키려는 준비에만 혈안이 돼있었음이 확인됐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국토부가 화물연대와 대화를 계속해왔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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