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한 주택의 창문을 에어캡으로 막아 놓았다. 정부는 ‘난방비 폭탄’으로 인한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에너지 바우처 지원과 가스요금 할인을 확대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이른바 ‘난방비 쇼크’에 놀란 정부가 에너지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동절기 에너지 바우처를 2배로 확대하겠다는 계획 등을 26일 내놨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에너지 소비 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난방비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위기 대응에 가장 빨리 동원할 수 있는 단기적 수단은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일이고, 중·장기적으로는 대규모 주택 단열 개선 등 에너지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난방비 폭등을 두고 최근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은 미국·영국 등 주요국에 견줘 가스요금 인상폭이 낮은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공개한 ‘국가별 가스요금 비교’ 자료를 보면,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미국 150%, 영국 163%, 독일 257%, 프랑스 125% 가스요금이 올랐지만, 한국은 37% 오르는 데 그쳤다. 박진호 에너지경제연구원 가스정책연구팀장은 “현재는 정부가 단계적으로 요금 인상 요인을 반영하고, 수요자는 절약하는 방법 외에는 달리 해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가 급등한 연료비를 요금에 다 반영하지 못해 약 9조원의 미수금이 발생한 상황에서, 정부가 요금 인상 압박을 피하기 어려우니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이날 정부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에너지 바우처 확대 등 난방비 지원책을 두고는 지원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절기 에너지 바우처 지원 대상인 취약계층은 117만6천가구로, 전체 가구의 5.48%에 불과하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지금은 취약계층 지원 강화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재난지원금처럼 에너지 지원금을 중산층에게 지원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노후 주택 단열을 강화해 에너지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창호나 단열재 등을 바꿔주는 주택 단열 개선을 대대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가스전을 가지고 있는 네덜란드도 1년에 수십만가구의 주택 단열 개선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한재각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도 “대규모 재정 투자를 통해서 ‘에너지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 이는 난방비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했다.
더 근본적으로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후단체인 ‘플랜 1.5’의 권경락 활동가는 “보일러는 가스를 연료로 태우기 때문에 바로 온실가스를 발생시킨다”며 “전기로 돌아가는 난방장치인 히트펌프를 난방에 적용하면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어서 난방용 가스를 대체할 수 있다. 오는 3월 정부의 탄소중립기본계획에 이 장치와 관련한 구체적 보급 목표 등이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히트펌프는 독일 등에서 성장세를 보이는 난방장치로 공기나 땅, 물이 가진 열을 전기로 끌어온다.
기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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