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에 최강 한파가 닥친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다세대주택 담벼락에 달린 가스계량기 앞으로 주민이 지나가고 있다. 최근 한파와 원료 수입 가격 상승으로 난방비가 가파른 속도로 올라 취약계층의 부담이 크게 늘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정부가 기록적 한파에 각종 에너지요금 급등으로 ‘난방비 폭탄’을 맞은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기 위해 에너지바우처 지원금과 도시가스 요금할인 폭을 2배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2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 브리핑에서 “정부는 겨울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 확대를 위해 에너지바우처 지원과 가스요금 할인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겨울 한시적으로 취약계층 117만6000가구에 한해 에너지바우처 지원 금액을 기존 15만2000원에서 30만4000원으로 2배 인상하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160만 가구)에 대한 가스요금 할인액도 기존(9000원~3만6000원)보다 2배 인상한 1만8000원~7만2000원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최 수석은 이번 대책의 효과를 살펴본 뒤, 앞으로 재정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2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에너지바우처 지원 확대 등에 들어가는 정부 예산은 예비비 1천억원, 기존 예산 이전 800억원 등 모두 1800억원이다. 정부는 다음 주 국무회의에서 지원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필요한 경우 모든 옵션을 검토하겠지만, 현재로선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건 필요치 않다”고 말했다.
정부 쪽에선 난방비 급등에 따른 국민 부담은 안타깝지만 전반적인 난방비 인상은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최 수석은 올 겨울 난방비가 급등한 이유로 “지난 몇 년간 인상 요인이 있었음에도 요금 인상 요인을 억제했고,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2021년 1분기 대비 최대 10배 이상 급등한 데 기인했다”면서도 “모든 국민이 난방비 부담 확대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감내해야 할 대외 여건”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수입하는 천연가스 요금이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 있고, 한국가스공사의 누적된 적자도 숙제”라며
“국민 부담을 보아가면서 적정 시점에 적정 수준의 가스요금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동절기인 올해 1분기(1∼3월) 일시적으로 동결한 가스요금의 2분기(4∼6월)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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