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 추진 계획이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 등 신공항 건설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내 최초의 ‘해상공항’ 형태로 2035년 개항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해상공항 건설을 위해서는 대규모 육상 발파와 해상 매립이 불가피다는 점에서 이 사업을 둘러싼 환경 파괴 우려와 예타 면제의 적절성 등을 두고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가덕도신공항 건설 추진 계획은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따라 지난해 5월 착수한 ‘가덕도신공항 사전타당성(사타) 검토 연구용역’ 결과로, 앞으로 진행될 사업 후속 절차의 밑그림이다. 이번 연구용역을 맡은 한국항공대 컨소시엄은 김해공항의 국제선만 이전한다는 전제로 가덕도신공항의 예상 수요를 2065년 기준 여객 2336만명, 화물 28만6천톤으로 분석했다. 활주로 길이는 국적사 화물기(B747-400F)의 최대이륙중량을 기준으로 이륙 필요거리(3480m)를 고려해 3500m로 검토했다.
연구진은 애초 활주로 배치 방향과 지형 등을 고려해 에이(A)안(남북 배치-육상), 비(B)안(남북 배치-육해상), 시(C)안(남북 배치-육해상·B안과 높이가 다름), 디(D)안(동서 배치-육해상), 이(E)안(동서 배치-해상) 등 총 5개안 가운데 이(E)안(<한겨레> 4월25·26일치 6·8면)을 최종 대안으로 선택했다. 공사비는 13조7천억원으로, 공사 기간은 9년8개월이다. 만약 활주로 1본을 추가로 만들 경우 약 6조원이 더 들어갈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신공항 조기 개항을 위해 다음 정부가 최선을 다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2030 엑스포 유치 전 건설 불가인데 예타 면제?
국토부는 이날 국무회의 의결에 따라 예타 면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29일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열어 예타 면제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이 경우 기재부는 사업을 추진한다는 전제로, 사업 규모와 사업비가 적절한지 살펴보는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하게 된다. 국토부는 적정성 검토가 끝난 뒤 연내 기본계획 마련에 착수하고 환경부 주도의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거친 뒤 2025년 하반기에 착공해 2035년 6월 개항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예타 면제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이뤄진다. 긴급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 등이 대상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제정하며 2030년 부산월드엑스포 유치를 들어 2029년까지 국제공항으로서의 신공항을 완공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부산엑스포 전에 공항을 만들기 위해서는 긴급하게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다. 부산시도 엑스포 유치를 위해 신공항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9년8개월의 공사 기간을 생각하면 엑스포에 앞서 개항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예타 면제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례를 찾기 힘든 대규모 토목공사인데다 시간도 10년 가까이 걸리는 만큼 예타 면제는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 취지를 무력화한다는 것이다. 이상일 국토부 가덕도신공항 건립추진단장은 “행정 절차를 (밟지) 않고 착공하면 7년6개월 내 건설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안전과 품질을 고려할 때) 2029년까지의 건설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실제 완공까지 기술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특히 순수한 해상공항이기 때문에 공사 과정에서의 안전성이 핵심이다. 국토부의 해상 시추와 조사 결과를 보면 가덕도 인근 수심이 최대 30m로 깊고, 연약 지반(상부 구조물의 무게를 지지하기 어려운 지반)의 두께가 최대 45m다. 또 50년 빈도의 최대 파고 높이가 10m로 태풍·지진 등 기후위기 시대 늘어나는 이상기후로부터 견고하게 설계·건설하는 것도 과제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을 통해 받은 국토부의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보고서’를 보면, 전문가들도 “가덕도 해저 지반의 연약 점토층은 장기적 침하가 발생하기 때문에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추진단은 공항 양쪽 부분은 태풍 등 재난 대비를 위해 ‘케이슨’이라는 높이 32m 가로·세로 24m의 초대형 철제물을 지반 밑까지 박아 넣을 계획이다. 이 단장은 “사업이 현재 공개된 안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전문가 의견과 시뮬레이션 등(을 보완해) 기본계획을 더욱 상세하게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MB식 토건사업, 생태 학살…위선적 가면” 비판들
기후·환경단체와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정부표 4대강 사업”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총사업비는 13조7천억으로 공사비만 10조가 넘는다”며 “바다를 매립해 활주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공사에 사용되는 흙의 양은 4대강 사업 준설량의 84%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4대강 사업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했다. 녹색당도 이날 논평을 내어 “가덕도의 생태계와 생명들, 주민 생존권,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까지 생각하면 이것은 생태 학살이라고 할 수 있다”며 “지방선거 전략으로 이 사업을 추진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악행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내어 “안전성·사업성이 확보되지 않은 생태계 파괴, 기후위기에 역행하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반대한다”고 했다.
최우리 최종훈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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