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건설이 추진되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와 부산항신항. 연합뉴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해서는 4대강 사업 준설토의 80%가 넘는 양의 흙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덕도 신공항은 비행기 진입을 방해할 수 있는 ‘장애물’인 가덕도 남쪽 국수봉 등을 깎아 바다를 매립하는 형태로 남산 3배 규모의 산을 발파하고 수심 25m의 해양 매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략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정부의 탄소중립 추진 정책을 반영한 공항 건설과 조류 충돌 방지, 해양오염 방지 대책 마련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5일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국토교통부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결과 보고서를 보면,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량의 발파·매립 작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공항을 건설하기 위해서 예상되는 절토(깎아내는 흙)량이 1억7100㎥이고, 성토(쌓는 흙)량은 2억1600㎥로 총 토공량(공사에 사용되는 모든 흙의 양)은 3억8700만㎥로 집계됐다.
이는 4대강 사업의 준설량의 84%에 이른다. 2018년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보고서인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보고서’를 보면, 낙동강(3억4700만㎥)·한강(4400㎥)·금강(4200㎥)·영산강(2600㎥)의 바닥을 긁어 파낸 흙은 4억5900㎥로 조사됐다. 4대강 사업 대상지 길이는 600여㎞였고 국토부가 계획하는 가덕도 신공항 부지 면적은 473만㎡(여의도 면적 1.6배)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덕도 신공항에 필요한 흙의 규모가 상당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보고서에서도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을 두고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초대형 건설사업”이라고 표현했다. 울릉공항 호안(구조물)의 8.1배인 11.6㎞의 호안도 설치한다.
보고서에서는 매립에 필요한 흙 조달 방안으로 가덕도 남단에 있는 국수봉에서 5000만㎥의 흙을 잘라내는 것을 포함해 남산 3배 규모의 산을 발파해 1억5400만㎥를 마련한다고 밝혔다. 이 흙을 포함해 신공항 공사 현장에는 최대 46.8m 높이(바다 매립 약 25m)의 흙을 쌓는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단일 발파 물량으로는 국내 최대다.
사업타당성조사(사타) 결과, 가덕도 신공항 입지는 부등침하(기초 지반 침하로 구조물이 불균등하게 침하하는 현상) 정도와 소음, 동식물 피해 정도, 접근성, 향후 공항 확장 가능성 등을 고려해 결정됐다. 지난해 5월 국토부 연구 용역을 받아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항공대학교 연합체(컨소시엄)는 가덕도와 대죽도 사이에 있는 폭 3.3㎞의 해상수로인 가덕수도의 고도나 거리 때문에 가덕도 중앙에서 동쪽 해상에 공항 시설을 건설하는 안(E안)을 최종안으로 제안했다.
사타 결과 주목되는 또 하나의 환경 문제로는 소음과 동식물 피해가 꼽혔다. 법정 항공기 소음 한도 기준인 61엘디이엔(Lden)데시벨을 초과하지는 않았으나, 부산시 강서구 대항동 주민 67명이 생활에 불편함을 느껴 소음 관련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또한 해상 매립을 진행하기 때문에 육상생태 자연에 미치는 영향보다 해상생태 자연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성 평가는 예비타당성조사 이후 환경부 주도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사타 결과에서도 선행 연구 결과, 문헌 조사 등을 토대로 신공항 주변 자연환경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됐다. 낙동강 하구에 천연기념물 179호인 철새도래지가 가덕도 북동쪽에 위치하고 있고, 가덕도 내부도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과 해식애(육지가 파랑에 침식된 해안절벽), 부산시기념물인 36호인 동백군락지 등 보전가치가 있는 자연자원이 다수 분포된다고 보고서는 언급했다.
또한 공항을 운영할 경우 조류와 항공기 충돌 문제와 주변 교통량 증가, 공항시설 오·폐수 등 증가 등 다양한 해양 환경오염에 대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적극적 탄소중립 방안을 개발하고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300여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기후위기비상행동’은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단순히 항공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게 될 문제만이 아니라 환경과 생명의 터전을 파괴하고 착취하는 토건 개발, 성장주의 담론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 더 문제”라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반대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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