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31일(현지시간) 가동 중단이 임박한 독일 바이에른주 군트레밍엔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탑에서 수증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를 환경·기후 친화적인 '녹색' 사업으로 분류하는 규정 초안을 제안했다. 연합뉴스
온난화를 완화하기 위해 사회 전 분야에서의 변화를 요구 받는다. 그 핵심 과제가 에너지 전환이다.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각 국이 에너지 전환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 의존 등의 갈림길에서 ‘각자도생’을 꿈꾸는 가운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아이피시시)는 원전보다 재생에너지의 감축 기여도 측면에서 잠재력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일정 감축량을 넘어설 경우에는 태양광과 풍력발전 역시 효과 대비 비용이 높아졌다.
4일 발표된 아이피시시 6차 평가보고서 제3실무그룹 보고서 중 2030년 순배출량 감축에 기여하는 ‘옵션’들이 소개돼있다. 또 그 옵션들이 얼마나 감축 효과를 내는지 2015~2020년 사이의 연구 결과를 모아 2030년까지의 감축 기여 정도를 예상해보았다. 2030년이 되면 어떤 변화에 직면할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추정치에 불과하지만, 어떠한 방법을 선택할 때 감축 효과가 큰 것인지는 내다볼 수 있다.
우선 에너지·농업·운송·산업 부문에서의 효과를 따로 구분했다.
에너지 파트에서는 태양광과 풍력의 감축 효과가 가장 높았다. 둘 다 4기가톤 안팎으로 높게 감축에 기여한다고 나왔는데 특히 2기가톤까지는 그 비용도 효과와 비교해 낮았다. 박성찬 기상청 기후정책과장은 “표에서 빨간색과 파란색을 구분해 비교하면, 빨간색의 경우 100이란 혜택을 얻기 위해서는 100보다 더 많이 돈이 든다는 것이고, 파란색은 100을 얻으려면 50만 투자해도 100이 된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추가로 설명했다.
그러나 2기가톤을 넘어설 경우에는 감축 효과 대비 비용이 이전보다 더 높이 나왔다. 태양광·풍력도 2기가톤 감축까지는 비용 대비 효과가 높지만, 그 이상의 감축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땅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용이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지난해 세계 평균 발전량인 10.3%의 절반 수준인 4.7%에 그친다고 영국 엠버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국제 전력 리뷰 2022' 보고서에 나와있다.
반면 원자력의 경우 약 1기가톤까지 감축 효과가 있었지만 초반을 제외하고는 효과 대비 비용이 높았다. 원전의 감축 효과가 태양광이나 풍력보다 작게 나온 이유에 대해 4일 오채운 녹색기술센터 책임연구원은 “비용을 중심으로 감축 효과를 나타냈다”고 강조하며 “현재까지 연구 결과를 볼 때 원전 비용을 산정할 때 단순히 원전을 통해 감축 효과를 보는 게 아니라 원전 폐기나 사고 발생에 대한 비용이 산정되고 있다. 이때문에 원전의 감축 효과가 적게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원 중에서는 다양한 유기체를 활용한 바이오연료와 탄소를 이미 발생한 뒤 포집하는 기술(CCS)도 효과 대비 비용이 높게 나왔다.
반면 운송 분야에서의 연료 효율적인 경차 이용과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생활 습관에서의 변화는 비용 대비 감축 효과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채식 등 식습관 개선은 자료 부족 등으로 비용과 감축의 실익 비교가 이번 보고서에서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피시시는 6차 보고서 제3실무그룹의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를 완화시키는 기술의 보급 동향도 짚었다. 전반적으로 2010년 이후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기술 단가가 꾸준히 하락하고 보급량이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태양광은 85%의 단가가 하락했고 보급량이 10배가 늘었다. 배터리도 85%의 단가가 하락했고 보급량은 100배가 늘었다. 특히 2000년 무렵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으로 꼽혀온 화석연료 단가와 태양광과 육·해상 풍력발전의 단가의 격차가 컸지만 20년이 지나고 나니 화석연료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는 수준이 되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온실가스 저배출 기술 외에도 인공지능·사물인터넷 등 에너지 관리를 향상시키는 기술로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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