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 5월29일 출범한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위원회)가 출범 한 달을 맞아 1일 기자회견을 열어 향후 일정을 공개했다. 윤순진 위원장은 8월 이전까지 위원회에서 ‘2050 탄소중립(탄소순배출량 제로) 시나리오’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논의를 일단락한 뒤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 10월께 최종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위원회가 논의하는 여러 쟁점 중 석탄화력발전이 주요쟁점이라고 소개했다.
상반기 공개하려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발표 10월로 연기
올해 초 국무조정실은 1차 범부처 탄소중립 테스크포스 회의를 열어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점검하며 상반기 중에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마련하기로 했다. 에너지 발전 부문, 산업, 수송 등 분야별로 탄소 감축 계획이 담길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4월 기후정상회의, 5월 ‘P4G 녹색미래 정상회의’를 거치면서도 정부가 진전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조금도 밝히지 않았고, 이런 논의를 주도할 대통령 직속의 탄소중립위원회 출범도 늦어졌다. 이때문에 사실상 상반기 중에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정해지지 못할 것이라는 평이 많았다.
윤 위원장은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라며
정부가 작성한 초안이 공개된 것을 두고 “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다양한 자료를 검토해 위원회 안을 도출하고 8월부터는 국민들 의견을 물어 안을 마련한 후 심의·의결을 거쳐 정부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향후 일정을 알렸다. 또 “출범이 당초 계획보다 3개월 가량 지연됨에 따라 위원회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자 시나리오를 충실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은 “원전, 산업계 등 탄소중립의 영향 받는 분야의 모든 전문가(민간 77명)들이 위원회에 있다보니 논의가 매우 치열하다. 그런 고민이 집결되고 있는 상황에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위원은 “위원회 안이 나오려면 약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NDC에 대한 논의는 시작도 못 했다. 시간이 매우 부족해서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 연계해 2050 시나리오 검토”
이날 윤 위원장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함께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을 얼마나 할 것인지도 함께 연계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연계해서 검토하는 것이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수차례 오는 11월1일 열리는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 참석하면서 상향 조정한 NDC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감축 목표 설정과 이에 따른 노력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해 문 대통령이 탄소중립 선언을 했을 때나 최근 P4G 정상회의 때에도 기후운동가들은
“걷다가 나중에 뛸 생각이냐”며 2030년까지의 대응이 더욱 중요한데 정작 NDC 목표 상향 조정은 하지 않고 2050 탄소중립만 외치는 정부의 위기인식 부재를 비판했다. 이런 비판을 고려한 듯 탄중위는 2030년 감축 목표를 포함해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작업을 완료하겠다고 발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위원회는 얼마 남지 않은 2030년까지는 현재의 기술 수준을 고려해 감축 목표를 정하고, 10년 이상 남은 2030년 이후의 감축 과정은 미래 기술의 발전과 개발을 고려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기후긴급행동 소속 청년들이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1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P4G 서울정상회의) 개최국인 한국의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투자 철회 및 국내 발전소의 사업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위원장은 미래 기술 활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정부 초안에 포함된 기술들은 아직 상용화가 되어 있지 않지만 개발이 가능하다고 검토된 기술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미래 기술 발굴의 필요성도 있다. 이를 위해서 전문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정부가 만든 초안이 공개된 후 논란이 됐던 탈석탄 시점과 강도에 대해서 윤 위원장은 ‘주요 쟁점’이라고 강조했다. 공개된 2개의 정부안 모두 탄소순배출량이 0이 되지 않기 때문에 기후·환경단체와 정의당 등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듯 윤 위원장은 “굉장히 중요한 쟁점으로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 위원장은 “현재 건설되는 민자 사업에 대해서는 이미 사업 인허가가 났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석탄화력을 중단하거나 폐지할 경우 법적·제도적 노력이 필요한지 따져봐야하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자문기구로서 미세먼지·기후 관련 정책을 제안해 온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의 논의 과정이 국가기후환경회의의 역할을 흡수한 탄소중립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위원장은 탄중위의 법적 근거가 되는 ‘탄소중립기본법’의 국회 통과를 재차 요구했다. 현재는 대통령령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이명박 정부가 강조해 온 ‘녹색성장’ 개념을 탄소중립기본법에 포함시켜야 하는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는 것을 염두에 둔 듯 윤 위원장은 “국회에서 여·야가 충분히 협의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장이라는 개념을 포기할 수 있는 정부는 이 세상에 없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성장을 할 것인지, 성장이 아닌 행복을 좀 더 중심에 놓고 생각할 것인지 이 문제는 국민 안에서 토론되고 그에 대해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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