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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건호 칼럼] 세상 바로 살펴가며 큰 꿈 펴기를 - 한겨례신문의 언제나 젊은 독자에게

등록 2018-05-14 16:24수정 2018-05-14 16:59

[한겨레 창간 30년-디지털 아카이브]
1989년 1월 1일 한겨레신문 26면 ‘새해 아침에 띄우는 논설위원들의 편지’

송건호 논설위원

벌써 1989년 새해가 되었읍니다. 젊은 여러분들은 희망찬 가슴을 안고 학원에서, 또한 졸업 뒤 새 일터에서 부지런히 일하고 있겠지요. 또 어떤 젊은이는 민주화의 일선에서 자기희생적인 투쟁을 하고 있을 것이고 마땅한 일자리를 얻지 못해 나날을 고민 속에 보내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젊은이는 앞날이 있고 또 새해가 되어 희망으로 가슴 벅차기도 할 겁니다. 내가 지금 하고 싶은 말은 여러 젊은이들이 무슨 일에 관계하든 세상 돌아가는 일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주변과 내외정세를 알 수 있는 길은 방송·텔리비전·신문 등 여러 방법이 있읍니다만 깊이 있게 논리적으로 정세변화를 이해하는 길로는 신문이 제일 좋습니다. 지금 한국에는 많은 신문이 나오고 있어 어느 신문을 읽어야 할 지 선택이 어려우리라 믿습니다.

다음에 나는 여러분이 유익한 신문을 고르는 방법을 설명드릴까 합니다.

첫째, 모든 신문은 우선 개인 재산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사주들은 자기 재산을 늘리는 방향에서 신문 제작을 한다는 대전제가 있읍니다. 대부분의 한국언론기업은 지난 30년간 군사독재 밑에서 크게 치부를 했고 권력과 밀착해서 음성적으로 권력을 돕고 있읍니다. 표면으로는 공정한 듯이 또 독자들을 위하는 듯이 신문을 만들고 있지만 국민을 속이고 왜곡 보도를 하며 권력을 돕는 것입니다. 미국에 가보면 한국언론이 얼마나 독자인 국민대중을 우롱하고 있는가를 이내 알 수 있읍니다. 신문은 공정한 보도와 용기 있는 논평을 해야 하며 국민이 알고 있어야 할 나라의 중요한 사실들은 빠짐없이 보도해야 합니다. 신문은 기업주의 치부를 위해서 독자인 국민대중을 희생시켜서는 안되며 특정 종교 교리를 국민에게 강요해서도 안 됩니다.

국민이 알아두어야 할 중요한 문제인데도 권력에 불리하다고 보도하지 않는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신문을 공정하게 만들려 하지 않고 무가지를 뿌려서 독자들을 속이려 해서도 안 됩니다.

신문은 국민이 알고 있어야 할 중요한 문제라면 비록 그것이 당대의 권력에 불리하더라도 반드시 보도해야 하고 솔직하고 용기 있게 논평해야 합니다. 앞으로 나라 안에는 민주화 문제, 민족 간에는 통일문제라는 중대한 과제가 기다리고 있읍니다. <한겨레신문>은 오로지 올바른 신문을 만들고자 10년 이상 고생한 기자들과 젊은 동료들이 수만 국민들의 지원으로 만들어 내고 있는 세계적인 신문입니다. <한겨레신문>은 언제나 젊은이를 위한 정의로운 신문이 될 것입니다.

송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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