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2시 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점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 어린이집 외벽이 무너져 차량이 심하게 파손 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규모 5.8 경주 지진에 이어 40㎞ 남짓 떨어진 포항 인근 지역에서 계측 지진으로는 두번째로 큰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연쇄지진 불안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이 연관된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은 진앙지도 정확히 확정되지 않은데다 데이터 분석도 진행중이라 전문가들은 조심스러운 견해를 내놓으면서도 1년여 만에 인근 지역에서 지진이 잇따랐다는 점에서 두 지진 간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경주 지진의 원인과 관련해 학계에서는, 이 지역의 주요한 단층인 양산단층이 지진을 일으킬 만한 운동을 하거나, 할 가능성이 있는 ‘활성단층’임이 드러났다는 견해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가 중요한 원인이라는 견해 등이 제시돼왔다. 한반도 동남권은 일본 쪽에서 오는 태평양판 지각과 남쪽에서 오는 필리핀판 지각의 힘이 겨루며 수십만년 전부터 단층들이 발달해왔는데 이곳의 단층들이 활성단층인지 여부가 논란의 대상이었다.
이와 관련해 기상청은 15일 이번 지진이 발생한 곳이 장사단층이라는 중간조사 결과를 밝혔다. 이미선 지진화산센터장은 “현재로선 양산단층 지류에 있는 장사단층 부근이 진앙지로 추정되지만 더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진앙지는 경주 지진 진앙지와 43㎞ 떨어져 있다.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과 관련해선, “경주 지진이 동일본 대지진 여파라는 학계 의견이 제시되었으나 이번 지진에서는 달라지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잠정적인 해석이긴 하지만 현재 수준에서 몇몇 학자는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이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몇몇 지진전문가의 말을 종합하면, 동남권에는 수십만년에 걸쳐 오랫동안 단층들이 발달해 단층들에 응력이 축적되던 터에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을 받으면서 경주 지진이 발생했고, 그 여파로 포항 지진이 일어났으리라는 것이다. 일종의 연쇄지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홍태경 연세대 교수(지구시스템과학과)는 “경주 지진이 발생한 방향인 북동-남서쪽으로 많은 에너지가 쌓였으리라는 보고가 있었고 포항은 경주 지진으로 응력이 쌓였다고 지목된 지역인데 그곳에서 지진이 발생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며 “경주 지진이 이번 포항 지진을 유발하는 데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지진이 또 다른 연쇄지진을 일으키는 데 이바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상청이 진앙지로 ‘양산단층 부근의 장사단층’을 지목했으나 이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견해도 있다. 다른 이름의 단층 지역이라 해도 이 지역의 단층들이 지표 부근에서 갈라질 뿐이며 더 아래로 내려갈수록 대부분이 하나의 뿌리로 연결돼 있어, 사실상 양산단층 계열로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양산단층이냐 장사단층이냐와 별개로, 동남권 지역에서 잦아진 강진의 패턴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과학부 교수는 “지난해에 규모 5.8 지진에 이어 1년여 만에 규모 5.4 지진이 경주와 포항에서 잇따랐다는 점에서 상당히 걱정스럽다”며 “아직 불확실한 게 많지만 추정해보면 단층들이 많은 이 지역에서 그동안 힘들이 쌓여 있다가 지진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17세기 조선시대에 규모 7 이상 지진이 일어난 이래 큰 지진이 일어난 적이 없는데 그만큼 지층에 지진을 일으킬 에너지들이 축적되어왔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진이 일어난 일대가 양산단층과 접하고 있는 곳인데,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지진 발생지 부근의 암석이 연약한 신생대 퇴적암층(역암층, 이암층)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이라며 “이 일대의 건축물과 그 지반이 안전한지, 이상은 없는지 더욱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홍태경 교수는 “특히 경주 지진에 뒤이어 다시 포항 지진에 의해 에너지가 쌓인 포항과 경주 사이 지역은 위험도가 증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철우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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