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역 진동 전 재난문자 도착
포항지진 관측 뒤 23초만에 송출
지진 이동 시간 65초보다 빨라
경주지진 뒤 시스템 개선
15일 오후 경북 포항에서 지진으로 주차된 차량이 부서져 있다. 포항/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진이 진동을 일으키면 먼저 P파(종파)가 도달하고 S파(횡파)가 나중에 도달한다. 한반도에서 P파의 속도는 보통 초속 6㎞ 안팎이고 S파는 초속 3~4㎞ 정도 된다. 좌우로 흔들어대는 S파는 아래위로 흔드는 P파에 비해 피해가 크다. 진앙지에서 거리가 충분히 떨어져 있으면 P파를 감지해 발령된 경보를 미리 받아 S파가 도달하기 전에 대비를 할 여유가 생긴다.
15일 서울·경기·대전 등 중부지역에서는 포항 지진 발생을 알리는 긴급재난문자를 받고 난 지 몇십초에서 몇초 뒤에 진동을 느꼈다는 시민들이 많았다. 지난해 울산지진 때는 17~18분, 경주 지진 때는 9분 만에 긴급재난문자를 받았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황의홍 기상청 지진화산센터 연구관은 “경주 지진을 계기로 기상청의 조기경보시스템을 개선하고, 행정안전부가 발령하던 긴급재난문자를 기상청에서 직접 발송해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포항 지진은 최초 관측된 지 19초 만에 조기경보가 발령됐다. 경주 때 26~27초보다 7~8초 빨랐다. 긴급재난문자는 조기경보 4초 뒤에 송출이 시작됐다. 지진파(S파)가 서울과 포항 사이 260㎞를 이동하는 데는 약 65~87초가 걸린다. 서울·대전 등지에서는 지진동이 다다르기 전에 재난문자가 먼저 도달할 충분한 여유가 생긴 것이다.
이미선 지진화산센터장은 “내년까지 지진관측망을 314개로 늘리면 현재 15~25초로 돼 있는 조기경보 발령 시간을 7~25초로 대폭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 현재 구축중인 재난문자 자동발송시스템이 완료되면 긴급재난문자 발송도 훨씬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대 국제도시안전공학센터장인 메구로 기미로 교수는 지진 조기경보를 받고 지진동이 발생하는 시간(유예시간)이 10초만 돼도 사망자가 90%까지 줄어든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