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17일 오전 포항 북구 양백2리 인근 민가에서 주민이 지진피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과 2018년 경북 포항 지진을 겪은 시민들에게 정부와 기업이 200만∼300만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포항 지진 피해에 대해 국가의 배상 책임을 법적으로 인정한 첫 사례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민사1부(부장 박현숙)는 16일 모성은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 공동대표 등 지진 피해 포항시민 4만7000여명이 정부와 포스코 등을 상대로 낸 정신적 피해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 선고에서 “피고는 2017년 11월15일 지진(규모 5.4)과 2018년 2월11일 지진(규모 4.6)을 모두 겪은 시민에게 300만원, 두 지진 가운데 한 번만 겪은 시민에게 2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밝혔다. 범시민대책본부 등이 소송을 제기한지 5년 만이다.
재판부는 “포항 지진은 2010년부터 벌인 지열발전사업의 인위적 활동이 원인이 되어 발생했다”며 “지열발전 과정에서 초래된 지하수의 자극으로 임계응력(물체가 파괴되지 않고 견딜 수 있는 최대의 변형력) 상태가 된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봐 (발전사업과 지진의) 인과관계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포항지진은 국가연구개발사업 중 발생한 사건으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고, 포스코·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한국지질자원연구원·서울대 산학협력단의 공동불법 행위책임도 인정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부 등이 지급해야 할 위자료 금액은 309억원이고 지연손해금까지 고려하면 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16일 대구지법 포항지원 앞에서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가 지진 피해 손해배상 청구소송 일부 승소 판결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면서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던 시민들의 추가 소송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모성은 대표는 “포항 시민들이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소송에서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승소했다. 소멸시효 만료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이번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시민들도 소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포항지진 피해구제 특별법에 따라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는 내년 3월20일이다.
포항지진은 2017년 11월15일 포항 북구에서 진도 5.4규모로 일어났다. 이 지진으로 1명이 숨지고, 117명이 다쳤다. 이 지진은 기상청 관측 역사상 두 번째로 컸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두고 일어난 지진으로 수능이 일주일 뒤로 미뤄지는 초유의 사태를 빚기도 했다. 이듬해까지 크고 작은 여진이 계속돼 피해가 이어졌으며, 포항지진피해구제심의원회에 접수된 피해는 12만여건에 이른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