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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포항서 규모 5.4 강진…아스팔트 갈라지고 외벽 ‘와르르’

등록 2017-11-15 14:55수정 2017-11-15 21:01

경주 이어 1년만에 발생…원전 밀집지역 동남권 공포 확산
강한 여진 이어지면서 인스타 등 SNS에 피해 영상 올라와
15일 오후 2시 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점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 어린이집 외벽이 무너져 차량이 심하게 파손 돼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후 2시 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점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 어린이집 외벽이 무너져 차량이 심하게 파손 돼 있다. 연합뉴스

경주 지진 1년여 만에 전국이 또다시 지진 공포에 휩싸였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진동이 감지됐다.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역인 동남권에 1년 사이에 역대 1, 2위 규모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해 정부의 향후 원전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기상청은 15일 “이날 오후 2시29분31초에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9㎞ 지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발생한 지진 규모는 지난해 9월12일 발생한 규모 5.8의 경주 지진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큰 규모다. 이번 지진이 발생하기 전 같은 지역에서 규모 2.2와 규모 2.6의 전진이 두 차례 있었으며, 본진이 발생한 이후 규모 2.0 이상 최대 규모 4.3의 여진이 5시20분 현재 9차례나 이어졌다. 기상청은 이번 포항 지진도 경주 지진과 마찬가지로 여진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소방청 집계 결과, 이번 지진으로 오후 4시32분 현재 7명의 경상자가 발생했으며, 포항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진동으로 건물이 흔들리는 데 놀란 주민들이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혼란이 이어졌다. 포항 곳곳에서는 도로가 갈라지고 건물 외벽이 무너져 근처 세워둔 차량들이 부서졌다. 포항 지진 진앙지에서 10㎞ 남짓 떨어진 사무실에 있던 김상조(59)씨는 “집기와 책이 바닥에 쓰러졌다. 승용차 타이어가 펑크 나는 소리가 들렸다. 꽈꽈꽝 하는 소리였다. 마치 전쟁이 일어난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방청은 지진 발생 뒤 전국 소방관서에서 출동한 건수는 49건이고, 7명이 경상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했다. 이날 오후 4시까지 전국에서 지진을 감지했다고 119에 신고한 건수는 7032건이다.

지진이 일어나면서 포항시민들은 집밖으로 대피하는 등 소동을 겪었다. 포항시 북구 죽도시장 부근 6층짜리 아파트 2층에 거주하는 양재한(65)씨는 “아내와 함께 점심 먹고 거실에 앉아서 TV를 보는데 쇼파가 흔들리고 앞으로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이 들었고 큰 소리도 들렸다”며 “신발도 못 신고 계단을 통해 1층 바깥으로 대피했다. 1층 아파트 현관 자전거 보관대에 쇠사슬로 묶여 있는 자전거가 다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양씨는 “아파트 1층 외벽에 방금 생긴 것 같은 금을 봤다”며 “잠시 뒤 집에 들어왔는데 안방 장롱 서랍이 전부 열려 있었다”고 덧붙였다. 대구 수성구에 있는 12층 아파트에 사는 김아무개(65)씨도 “간장을 병에 담고 있는데 갑자기 진동이 느껴지면서 간장을 쏟았다”며 “아파트 높이 때문에 진동이 더 크게 느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한 기업 화장실에서 찍은 장면. 독자 제공.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한 기업 화장실에서 찍은 장면. 독자 제공.

임산부와 노인 등 노약자들은 대피에도 곤란을 겪었다. 포항시 북구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8개월차 임산부 이아무개(35)씨는 “거실 장식장에 둔 도자기가 순간적으로 공중에 떴다가 밑으로 떨어져 금이 가고 깨질 정도였다”며 지진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주방에서도 ‘와장창’ 소리가 났지만 너무 무서워 보지도 못하고 얇은 임산부복 위에 외투만 걸치고 밖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15층짜리 아파트 4층에 거주하던 이씨는 평소 지진이 났을 때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라는 이야기를 떠올려 계단을 통해 천천히 1층으로 내려갔다. 이씨가 거주하는 아파트 고층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도 있었는데 이들도 지팡이를 짚고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대피했다고 한다. 다급했던 상황 탓에 1층으로 대피한 주민들 중에는 반바지를 입거나 실내화를 신고 있는 사람들도 꽤 눈에 띄었다. 3살 아들을 둔 이씨는 급하게 아들이 있는 유치원으로 연락했지만 처음에는 불통이었고 곧이어 유치원 담임 교사가 전화가 와 “여진이 있어서 아이를 데려가야겠다”고 해 친정 어머니를 급히 보냈다고 한다. 진앙지인 포항에서 260㎞ 상당 떨어져 있는 서울에서도 지진 파동을 느꼈다는 시민들이 속출했다. 서울 서대문에 사는 박아무개(41)씨는 “이 정도로 파동이 느껴지는 지진은 처음”이라며 “모든 지인들이 다 진동을 느끼고 지금 문자를 연속해서 보내고 있다. 함께 있던 아내도 집이 흔들리는 걸 느꼈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오후 3시 현재까지 지진 주변 원전 중 이상이 발생한 곳은 한 곳도 없으며 모두 정상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한수원은 “진앙지에서 약 45㎞ 떨어진 월성 원전을 비롯한 모든 원전은 발전정지나 발전출력 감소 없이 정상 운전 중에 있다”며 “다만 월성 제1발전소의 경우 지진감지 경보가 발생해 설비를 점검 중”이라고 밝혔다. 월성 1호기의 경우 발전소 중앙제어실의 지진계측기에 지진경보치(0.01g(중력 가속도), 리히터 규모 약 4.0에 해당) 이상의 신호가 감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월성지역 원전 부지에는 총 6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다. 한수원은 또 “현재까지 설비 고장 및 방사선 누출은 없으나 정밀 분석·점검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지진 경보는 비교적 빨리 이뤄졌다. 기상청은 “지난해 경주 지진 때는 발생 후 27초 만에 조기경보가 발령됐으나, 이번에는 발생 19초 만에 조기경보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전국적으로 안부를 묻는 전화가 폭주하면서 통화 연결이 일시 지연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은 “안부를 묻는 통화 폭주로 전화 연결과 메신저 송수신 등이 일시 지연되는 현상이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소집해 포항 지진에 대한 보고를 받고 철저한 대처를 지시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필리핀에서 돌아오는 공군1호기에서 국가위기관리센터로부터 지진 발생 관련 첫 보고를 받았다.

* * * * *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지진 당시를 직접 찍은 사진과 영상이 봇물 터지듯 올라오고 있다.

#지진

원도연(@iam_doyeon)님의 공유 게시물님,

어.. 나 살아있다.. ^^.. 뒤질뻔 ㅎ

SEOL A 26.(@seol___vely_)님의 공유 게시물님,

#지진 #규모5.5 #포항 #포항의 슈퍼 상황 #무서움 #대피

Yoo(@l.o.v.e.1224)님의 공유 게시물님,

경북지진 5.5 여기는 난리 죽는줄 알았슴 #경북지진#영덕지진#포항지진

대게백화점2호점(@youngdukmart)님의 공유 게시물님,

전 괜찮아요... 조금 추울뿐... #포항#지진

윤상우(@moneysw1127)님의 공유 게시물님,

#포항#경주#지진#실시간#놀래자빠지는줄 아랏네 이번엔 쪼끔 씨네..

최진혁(@jinhyuk_c01)님의 공유 게시물님,

김정수 조계완 김재섭 성연철 이재훈 황춘화 이유진 박다해 박세회 기자, 전국종합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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