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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기지 최적 후보지 찾았다…햇빛과 얼음이 함께

등록 2023-09-30 09:45수정 2023-09-30 20:58

경사 완만한 달 남극 충돌구 5㎢ 지역 꼽아
달 남극 주변의 충돌구 분포도. 파란색 네모가 이번에 연구진이 분석한 지역이며, 빨간색은 영구음영지역, 노란색은 물 얼음 지역. 아이사이언스
달 남극 주변의 충돌구 분포도. 파란색 네모가 이번에 연구진이 분석한 지역이며, 빨간색은 영구음영지역, 노란색은 물 얼음 지역. 아이사이언스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인 달 착륙에 성공했던 미국이 달에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기지를 구축하는 아이디어를 검토하기 시작한 건 1950년대부터다. 아폴로 프로그램이 시작되기도 전인 1958년 미 공군은 1960년대 말까지 달에 지하 공군 기지를 건설한다는 ‘루넥스 프로젝트’ (Lunex Project) 구상을 내놨다.

이후 1060년대엔 미 육군이 프로젝트 호라이즌(Project Horizon) 구상을, 1980년대엔 미 항공우주국(나사) 존슨우주센터가 우주왕복선을 이용한 달 기지 건설안 등을 잇따라 내놨다.

달 기지 구상은 2000년대 들어 달 남극에 얼음 상태의 물이 풍부한 것으로 확인된 것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기 시작해, 기지 건설을 장기 목표로 한 새로운 달 착륙 프로그램 ‘아르테미스’가 탄생했다. 물은 식수로 쓸 수도 있지만 전기분해를 통해 산소와 수소로 분리해 호흡용 산소와 로켓 연료로도 쓸 수 있다.

나사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통해 달 남극에 최초의 달 기지(베이스 캠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최초의 기지는 전력 시설, 방사선 차폐 시설, 폐기물 처리 시설, 우주비행사들의 착륙장, 월면 탐사차의 계류장 등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나사는 2025년 아르테미스 3호에서 시도할 달 남극의 유인 착륙 후보지 13곳을 발표했다. 동력원이 될 햇빛이 잘 드는지, 물 얼음이 가까이에 있는지, 지구와의 통신이 용이한지 등이 선정 요건이었다. 이런 조건을 갖춘 지역들은 잠재적인 기지 구축 후보지이기도 하다.

연구진이 달 기지 건설 최적지로 꼽은 지역(빨간색 네모). 헨슨과 스베르드럽이라는 2개의 충돌구가 이어져 있는 지역의 위쪽에 있다. 아이사이언스
연구진이 달 기지 건설 최적지로 꼽은 지역(빨간색 네모). 헨슨과 스베르드럽이라는 2개의 충돌구가 이어져 있는 지역의 위쪽에 있다. 아이사이언스

햇빛은 동력으로, 물은 다용도 자원으로

칠레 아타카마대 연구진이 달 남극 지역을 면밀히 분석한 끝에 햇빛과 물 자원을 두루 이용할 수 있는 달 기지의 최적 후보지를 찾아내 국제학술지 ‘아이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스베르드럽과 헨슨이라는 2개의 충돌구에 걸쳐 있는 약 5㎢ 지역이 기지 구축의 최적지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달 남극 충돌구 5개의 얼음 분포와 충돌구의 가장자리 경사각, 햇빛을 받는 양에 관한 데이터를 토대로 기본 순위를 매긴 뒤 물 얼음과 이산화탄소의 밀도, 접근 용이성, 지구와의 통신 적합성 등을 주요 기준으로 삼아 평가한 결과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지역은 비교적 평평해 구조물을 건축하거나 월면차가 이동하기도 쉽고, 그늘진 지역에는 얼음과 광물이 풍부하다. 또 늘 햇빛이 비치는 곳이 있어 태양광 발전과 지구와 통신에도 유리하다. 달 남극에 해가 지지 않는 곳이 있는 것은 달의 자전축이 거의 수직으로 서 있기 때문이다.

연구를 이끈 지오반니 레오네 교수는 “우리가 꼽은 지역은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에 물이 있어야 할 것과 기지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햇빛이 있어야 한다는 두 가지 조건을 절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의 또 다른 장점은 다른 충돌구에 비해 가장자리가 높고 가파르지 않아 충돌구 안과 밖을 넘나들기가 쉽다는 점이다. 이는 필요할 경우 우주비행사들이 활동 범위를 쉽게 넓힐 수 있다는 걸 뜻한다.

한국의 다누리호와 미국의 달정찰궤도선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합성해 완성한 달 남극 섀클턴 충돌구 전경. 충돌구 안쪽은 다누리호, 바깥쪽은 달정찰궤도선이 찍은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 제공
한국의 다누리호와 미국의 달정찰궤도선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합성해 완성한 달 남극 섀클턴 충돌구 전경. 충돌구 안쪽은 다누리호, 바깥쪽은 달정찰궤도선이 찍은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 제공

내년엔 달 남극에 탐사차 보내 직접 답사

그러나 데이터가 아직 불확실한 부분이 있어 상대적으로 얼음이 풍부한 이 지역에도 물이 충분한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영국 개방대의 시메온 바버 교수는 “상당한 양의 최신 데이터를 검토했지만 대부분 원격 장비를 통해 얻은 것이므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며 “실제 측정치가 충분히 확보돼야 달 기지 건설 장소에 대한 확실한 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나사는 현재 한국의 달 궤도선 다누리호에 탑재한 섀도우캠을 통해 달 남극의 영구음영지역을 세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섀도우캠은 다른 카메라보다 빛에 200배 더 민감해 극히 어두운 지역의 지형도 상세하게 포착할 수 있다. 나사는 최근 섀도우캠이 찍은 남극의 섀클턴 충돌구 안쪽의 바닥 사진을 공개했다. 지름 21㎞, 깊이 4㎞의 섀클턴 충돌구 안쪽은 그동안 어둠 속에 묻혀 있었으나 섀도캠 덕분에 환하게 드러났다.

나사는 2024년에는 달 남극에 탐사차 바이퍼(Viper)를 보내 직접 표면을 답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물과 이산화탄소 같은 자원이 달 남극에 얼마나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 이동하기에 얼마나 적합한 지형인지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16/j.isci.2023.107853

Sverdrup-Henson crater: A candidate location for the first lunar South Pole settlement.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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