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0광년 거리의 거문고자리에 있는 고리성운(M57)은 도넛 모양의 행성상 성운으로 천문학자들과 천체 사진가들의 인기 관측 대상 가운데 하나다. 맨체스터대 제공
2600광년 거리의 거문고자리에 있는 고리성운(M57)은 도넛 모양의 행성상 성운으로 천문학자들과 천체 사진가들의 인기 관측 대상 가운데 하나다. 거문고자리에서 가장 밝은 베가 별(직녀성) 남쪽에 있으며 북반구 동쪽 밤하늘 높은 곳에서 여름 내내 볼 수 있다.
행성상 성운은 행성 모양의 성운이란 뜻으로, 별의 일생에서 마지막 단계에 이른 별이 남기는 잔해들이다. 수명이 다한 중앙의 별이 이온화한 가스를 바깥으로 분출해 고리 모양으로 부풀어 오른 모습이다.
핵융합 에너지를 소진한 중심부의 별은 수축해 백색왜성이 된다. 행성상 성운이 모두 고리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거품이나 나비가 나풀거리는 형상을 하고 있는 것도 있다.
왼쪽은 고리성운 바깥쪽 후광의 남쪽 부분을 확대한 사진. 고리 중심을 향해 수백개의 가는 줄무늬가 나 있다. 이 줄무늬의 정체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오른쪽은 사진 중앙 부분을 확대한 것으로 사진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고리성운의 중심별이다. 나머지 희미한 별들은 고리성운과 관련이 없다. 맨체스터대 제공
행성상 성운 진화 연구의 실험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이 수명이 다해가는 이 별이 만들어낸 성운을 역대 가장 선명한 모습으로 포착했다. 2022년 8월4일 근적외선 카메라의 파란색, 녹색, 빨간색 필터를 이용해 촬영했다.
8개국 국제공동연구진의 일원인 영국 맨체스터대 앨버트 지욜스트라 교수는 “행성상 성운은 언제 봐도 아름답지만,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이야말로 눈부신 장관”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의 일원인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마이크 발로우 교수는 “팽창하는 바깥 껍질뿐 아니라 중앙의 백색왜성 주변까지 섬세하고 선명하게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태양의 먼 미래에 대한 예고편”이라며 “고리성운은 행성상 성운이 어떻게 형성되고 진화하는지 연구할 수 있는 실험실”이라고 말했다.
고리성운(M57)은 8월 내내 동쪽 밤하늘에서 볼 수 있다. 미 항공우주국 제공
크기는 1광년…초속 20km 속도로 팽창중
근외적외선(0.6~5미크론)으로 본 고리성운의 다양한 색상은 별에서 분출된 물질들의 온도를 나타낸다. 별의 온도는 약 10만도이며 별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온도가 낮아진다.
천문학자들은 이 별이 적어도 4000년 전에 물질 분출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한다. 성운의 바깥 부분은 초속 약 20km의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성운의 전체 크기는 1광년을 조금 넘는다. 고리성운은 앞으로 1만년 동안 계속 커지면서 점점 더 희미해질 것으로 천문학자들은 예상한다.
이미지 분석 작업을 이끈 카디프대 로저 웨슨(Roger Wesson) 연구원은 “행성상 성운은 한때 중심에 별이 하나 있는 매우 단순한 물체로 생각되었으나 허블우주망원경이 훨씬 더 복잡한 천체라는 걸 보여주었고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더 복잡한 세부 모습을 드러내줬다”고 말했다.
2013년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촬영한 고리성운. 미 항공우주국 제공
태양이 만들 성운은 어떤 모습일까
2013년 허블우주망원경이 찍은 사진에서 중심부의 짙은 파란색은 뜨거운 헬륨을, 그 바깥쪽의 옅은 파란색은 산소와 수소를, 가장 바깥쪽의 붉은색은 질소와 황을 나타낸다.
천문학자들이 지금까지 고리 성운의 기원에 대해 알아낸 것은 태양보다 몇배 더 큰 별이 중심부에서 수소 핵융합을 하며 일생의 대부분을 보내다 수천년 전 수소가 고갈되면서 헬륨 핵융합을 시작했고, 이로 인해 별이 뜨거워지면서 부풀어 올랐으며, 그러는 동안 별은 바깥층 물질을 우주로 흘려보내고 중심부의 붕괴하는 별에서 나오는 자외선은 가스를 가열하여 빛을 발하게 됐다는 것이다.
고리성운은 겉보기등급 8.8등급으로 아마추어 천문가들도 어렵지 않게 관측할 수 있다. 12인치 천체망원경으로 찍은 고리 성운.
미 항공우주국은 “고리성운의 운명을 연구하면 앞으로 60억년 후 태양의 소멸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며 “그러나 태양은 고리성운의 별보다 질량이 작기 때문에 이처럼 화려한 결말을 맺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밴더빌트대 로버트 오델 교수(천체물리학)는 “태양이 백색왜성이 되면 외부 가스층을 방출한 후 더 천천히 가열될 것”이라며 “가스를 가열할 만큼 충분히 뜨거워질 때는 이미 물질이 더 멀리 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태양이 만들 성운은 더 희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