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포착한 포말하우트 별과 이를 둘러싼 3중 고리의 원반. 미 항공우주국 제공
태양계를 이루는 구성원에는 태양과 행성, 위성만 있는 게 아니다. 화성과 목성 사이, 해왕성 바깥쪽에 수많은 크고 작은 소행성들이 몰려 있는 2개의 원반형 소행성대가 있다. 천문학자들이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을 이용해 태양계 밖에서도 우리 행성계와 비슷한 소행성대 구조를 갖고 있는 별을 포착했다.
애리조나대 천문학자들이 중심이 된 미국 과학자들은 제임스웹망원경으로 지구에서 약 25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젊은별 포말하우트 주변에서 3개의 고리가 중첩돼 있는 소행성벨트를 발견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발표했다. 이번 발견은 역대 우주망원경 가운데 우주 먼지 투과력이 가장 좋은 중적외선기기(MIRI)를 통해 이뤄졌다.
질량이 태양의 약 2배로 추정되는 포말하우트는 남반구 하늘의 남쪽물고기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로, 맨눈으로도 관측 가능하다. 현재 나이는 4억4천만년이며 예상 수명은 10억년이다.
포말하우트의 소행성벨트 구조와 비교되는 태양계의 소행성벨트(왼쪽)와 카이퍼벨트(오른쪽). 미 항공우주국 제공
포말하우트를 둘러싸고 있는 고리는 무려 지구~태양 거리의 150배에 이르는 230억km에 걸쳐 뻗어 있다. 그런데 제임스웹의 관측 결과, 이 고리는 하나가 아닌 3개의 고리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계의 소행성대가 화성~목성 사이 소행성 벨트와 태양계 경계선인 해왕성 너머의 카이퍼 벨트 2개로 나눠져 있는 것보다 복잡하고 거대한 구조다. 특히 3개 고리 중 맨 바깥쪽 고리는 카이퍼 벨트의 약 2배다. 이 고리는 1983년 처음 발견됐으나, 나머지 2개 고리는 이번에 처음 발견됐다. 허블우주망원경, 거대 전파망원경 알마 등도 포말하우트를 관측했지만 안쪽의 두 고리는 확인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허블과 알마가 태양계 밖에 존재하는 소행성대를 찾아내고, 제임스웹이 그 속을 들여다 보는 역할 분담을 한 셈이다.
포말하우트와 3중 고리의 구조. 가장 바깥쪽 고리의 중간에 있는 것이 ‘거대먼지구름’이다. 나사 제공
은하계 ‘파편 원반’의 원형…미지의 행성 역할 주목
포말하우트를 둘러싸고 있는 고리는 주로 먼지로 이뤄져 있다. 이는 소행성이나 혜성 같은 큰 천체들이 충돌하면서 생긴 파편들로 추정된다. 이 파편 원반에는 가스가 매우 적다. 이런 점에서 나중에 행성을 만드는 원시행성 원반과는 다르다.
연구를 이끈 애리조나대 안드라스 가스파르 교수는 “포말하우트는 우리 행성계와 구성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우리 은하계에서 발견되는 파편 원반의 원형”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견을 주도한 천문학자들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행성의 중력이 이 소행성벨트의 3중 구조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는 우리 태양계에서 목성이 화성~목성 사이의 소행성벨트를 둘러싸고 있고, 해왕성이 카이퍼 벨트의 가장 안쪽 자리를 붙들고 있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천문학자들은 카이퍼벨트의 가장 바깥쪽도 그 너머에 있는 미지의 천체에 의해 유지되고 있을 것으로 본다.
2008년 허블우주망원경이 본 포말하우트와 고리.
제임스웹은 또 바깥쪽 고리 내에서 두 원시행성의 충돌로 인해 생겼을 수도 있는 ‘거대 먼지구름’(great dust cloud)을 포착했다.
이는 2008년 허블우주망원경이 가시광선을 통해 바깥쪽 고리 내부에서 발견한 거대한 행성유사체(포말하우트b)와는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2014년 허블의 후속 관측에서 이 천체는 사라졌다. 연구진은 둘 다 서로 충돌한 두개의 얼음천체에서 분출된 미세한 먼지 입자들이 우주 공간으로 확산하면서 만든 구름일 것으로 추정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1550-023-01962-6
Spatially resolved imaging of the inner Fomalhaut disk using JWST/MIRI.
Nature Astronomy (2023)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