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사탕과 같은 밀도의 천체가 유지되려면 여러가지 조건이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그림은 솜사탕 모양으로 행성을 형상화한 상상도. 콜로라도볼더대 제공
지구에서 1232광년 떨어진 우주공간에서 솜사탕과 비슷한 밀도의 거대 가스행성이 발견됐다.
‘WASP-193b’'라는 이름의 이 행성은 지름은 목성보다 1.5배 크지만 질량은 목성의 7분의 1(약 14%)에 불과하다.
벨기에 리에주대가 중심이 된 국제연구진은 이 행성을 분석한 결과, 밀도가 1㎤당 0.059g으로 솜사탕의 밀도 0.05g과 비슷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사전출판논문 공유집 <아카이브>에 발표했다. 이는 1㎤당 5.51g인 지구 밀도의 1% 수준이다. 태양계의 최대 가스행성인 목성의 밀도는 1.33g이다.
이른바 ‘솜사탕 행성’이 이번에 처음 발견된 건 아니다. 천문학자들이 처음 발견한 솜사탕 행성은 2014년에 확인한 케플러 51 행성계의 3개 행성이었다. 분석 결과 지구에서 2400광년 거리에 있는 이 행성들의 밀도는 1㎤당 0.1g 미만이었다. 공전주기가 45~145일로 중심별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 행성들은 주로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발견된 212광년 거리의 처녀자리 외계행성 ‘WASP-107 b’는 크기는 목성과 비슷하지만 질량은 목성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이때까지 천문학자들은 목성과 같은 크기의 가스행성이 되려면 행성의 핵이 지구 질량의 10배는 돼야 가스를 묶어놓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WASP-107 b의 핵은 지구 질량의 4배가 채 안되는 것으로 드러나 기존 가설을 수정해야 했다.
이번에 발견된 WASP-193b는 WASP-107 b보다 1.5배 더 크다.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큰 솜사탕 행성에 속한다.
게다가 WASP-193b의 중심별 WASP-193은 여러 가지 면에서 태양과 비슷한 점이 많다. 무엇보다 질량이 태양의 1.1배, 반지름도 태양의 1.2배로 거의 같다. 또 표면 온도가 6000도로 태양과 비슷하고, 나이도 60억년으로 태양(46억년)과 큰 차이가 없다.
지구에서 1232광년 떨어진 우주공간에서 솜사탕과 비슷한 밀도의 거대 가스행성이 발견됐다. 미 항공우주국 제공
기존 행성 진화 모델로는 설명 어려워
WASP-193b는 어떻게 보풀처럼 보송보송한 솜사탕 행성이 됐을까?
우선 별에 가깝다는 점을 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WASP-193b는 태양계의 어떤 행성보다도 중심별과의 거리가 가깝다. 별에서 불과 1000만km 떨어진 거리에서 6.25일을 주기로 별을 공전한다. 별에 가까우면 대기가 가열돼 부풀어 오른다. 특히 대기가 가장 가벼운 원소인 수소와 헬륨으로 이뤄져 있을 경우에 더욱 그렇다.
이런 시기는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과학자들은 이런 상태는 기껏해야 별이 젊고 뜨거운 초기 수천만년 동안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게다가 별에서 분출되는 열과 항성풍이 행성의 대기를 멀리 날려보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별의 나이가 최대 60억년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기존 행성 진화 모델로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연구진은 추후 관측은 이 수수께끼를 푸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연구진은 “이 행성은 외계행성 대기 분석을 주요한 과학 임무로 삼고 있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에 아주 훌륭한 관측 후보”라며 제임스웹은 단 한 번의 관측만으로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