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근적외선으로 촬영한 카시오페이아 A(Cas A) 초신성 잔해. 초신성 내부 껍질을 구성하는 밝은 분홍색과 주황색은 황, 산소, 아르곤, 네온으로 이뤄져 있다. 나사 제공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지만, 별은 죽어서 생명의 물질을 남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산소, 탄소, 철, 칼슘 등의 원소들은 별 속에서 만들어진 뒤 별이 죽으면서 우주에 뿌린 것들이다.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은 이를 ‘우리는 모두 별 먼지’라는 말로 표현했다.
우주에서 가장 격렬한 폭발 현상 가운데 하나인 초신성은 특히 다양한 원소를 만들어내는 우주 공장이다. 별이 일생의 핵융합 원료를 다 쓰고 수축하다 마지막에 일정한 조건에 이르러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는 현상을 초신성이라고 한다. 일정한 기간 동안 매우 밝은 빛을 뿜어내기 때문에 새로운 별이 생겼다 사라지는 것 같다고 해서 초신성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초신성이 밝게 빛나는 기간은 몇주 또는 몇개월이 지나지 않지만 초신성 폭발로 우주공간에 방출된 먼지와 가스 등의 잔해는 훨씬 더 오랜 기간 남아 별들의 진화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역대 최강의 관측력을 자랑하는 미 항공우주국(나사)의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1만1천광년 거리에 있는 초신성 잔해 ‘카시오페이아 A’를 적외선 카메라로 샅샅이 들여다본 고해상도 사진이 공개됐다.
천문학자들은 한 번(2022년 8월)은 중적외선 기기로, 또 한 번(2022년 11월)은 근적외전 카메라로 카시오페이아 A를 관측했다. 교차 관측을 통해 별의 죽음과 진화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시사점을 얻기 위해서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근적외선 카메라(왼쪽)와 중적외선 기기(오른쪽)로 촬영한 초신성 잔해 카시오페이아 A. 중적외선 사진(오른쪽)은 주황색, 근적외선 사진(왼쪽)은 흰색이 특징이다. 중적외선에서 진한 주황색과 빨간색으로 나타난 내부 껍질층은 근적외선에서는 모닥불에서 피어 오르는 연기처럼 보인다. 별 주위 물질의 먼지는 온도가 낮아 근적외선보다 중적외선에서 더 잘 잡아낼 수 있다. 나사 제공
지구 질량의 100만배 산소 만들어
카시오페이아 A는 지구 관측 기준으로 340년 전 폭발한 초신성이 남긴 잔해로 추정된다. 우리 은하에서 폭발한 초신성 가운데 가장 최근에 생긴 잔해다. 이 초신성 잔해가 처음 관측된 것은 그로부터 약 270년이 지난 1948년이었다.
너비가 10광년에 이르는 카시오페이아 A는 천문학계에서 가장 많은 연구가 이뤄진 초신성 잔해 가운데 하나다.
이전 관측에 따르면 카시오페이아 A 잔해를 만든 별은 애초엔 질량이 태양의 16배였으나 초신성 폭발 직전엔 태양의 약 5배 크기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은 2017년 찬드라엑스선망원경 관측을 통해 초신성 폭발로 인해 생성된 다양한 원소들을 확인했다. 이에 따르면 초신성은 지구 질량의 1만배에 이르는 황, 2만배에 이르는 규소(실리콘), 7만배에 이르는 철, 100만배에 이르는 산소를 우주에 뿌렸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이전에 보지 못했던 초신성 잔해의 새로운 특징을 드러내 보여줬다.
카시오페이아 A에서 가장 눈에 띄는 색상은 초신성 잔해의 내부 껍질층을 구성하는 밝은 주황색과 분홍색 덩어리다. 이는 황, 산소, 아르곤, 네온과 같은 원소를 포함하는 가스와 먼지 덩어리다. 이들은 언젠가 새로 탄생하게 될 별에 합류하게 된다.
관측에 참여한 퍼듀대 대니 밀리사블레비치 교수(천문학)는 보도자료에서 “이번 관측을 통해 수명을 다한 별이 폭발할 때 어떻게 산산조각이 나면서 작은 유리 파편 비슷한 잔해들을 남기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에서 연기처럼 자욱한 잔해의 바깥쪽 껍질층은 성간 우주로 확장해가고 있는 중이다. 이 영역은 중적외선 파장에서는 밝게 드러났지만 근적외선에서는 너무 차가워서 선명하게 드러나지 못했다.
사진의 백색광은 싱크로트론 복사에 의해 생성된 것이다. 싱크로트론 복사는 전자가 자기장을 따라 나선형으로 빛에 가까운 속도까지 가속될 때 만들어진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근적외선 카메라로 본 초신성 잔해 카시오페이아 A의 몇가지 특징. (1)은 초신성 폭발로 생긴 파편이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 바깥층에 있던 먼지 구름과 부딪힌 곳이다. (2)의 희미한 흰색과 보라색 원은 초신성 파편이 별 바깥층의 차가운 가스를 파고들어 만든 구멍이다. (3)과 (4)는 초신성 잔해에서 나온 빛이 멀리 떨어진 우주먼지 구름에 부딪혀 반사된 빛, 즉 반사광이다. 나사 제공
170광년 떨어진 우주먼지까지 빛나
4월에 발표된 중적외선 관측에서 과학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던 오른쪽 중앙의 녹색 거품 정체도 밝혀졌다. 근적외선 카메라로 관측한 결과, 흰색과 보라색으로 둘러싸인 구멍들이 곳곳에 난 것처럼 보이는 이 영역은 이온화한 가스 구름이었다.
천문학자들은 이런 빛의 조합은 초신성 폭발로 가속 팽창한 분출물이 별이 폭발하기 전의 분출물을 뚫고 지나가면서 생겨난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사진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사진 오른쪽 아래에 있는 줄무늬 얼룩이다. 과학자들은 이 얼룩이 카시오페이아 A의 아기처럼 보인다고 해서 ‘베이비 카시오페이아 A’라는 별칭을 달아줬다.
이 우주물체는 초신성 잔해에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약 170광년 떨어져 있다. 초신성 잔해에서 나온 빛이 멀리 떨어진 우주먼지 구름에 부딪혀 반사된 빛, 즉 반사광이다. ‘빛 메아리’(light echo)라고도 부른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