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관측 활동 1주년을 기념해 촬영한 사진.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 형성 지역인 390광년 거리의 ‘로 오피우키’ 성운이다. 사진에 담긴 공간은 약 0.7광년이다. 3월7일과 4월4~6일 촬영했다. 나사 제공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이 1주년을 기념해 관측한 우주 사진이 공개됐다.
미 항공우주국(나사)이 12일 공개한 사진의 주인공은 지구에서 390광년 떨어져 있는 ‘로 오피우키’(Rho Ophiuchi) 성운이다. 은하수 중심 북서쪽의 땅꾼자리(뱀주인자리)에 속해 있는 이 성운은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 탄생 지역이다. 산소, 수소 등 여러 원소가 결합한 복잡한 분자들이 고밀도로 구름처럼 몰려 있는 분자운 집합체다.
이 성운이 태양계에서 비교적 가까운 관계로 앞을 가리는 별이 없어 매우 선명하고 상세한 사진 촬영이 가능했다고 나사는 설명했다. 사진엔 태양과 질량이 비슷하거나 태양보다 작은 약 50개의 젊은 별이 드러나 있다.
사진에서 가장 어두운 영역은 물질의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이곳에서 두꺼운 먼지 덩어리가 원시별을 만들고 있다. 사진 전체를 압도하는 상하, 좌우로 쭉 뻗어 있는 빨간색 영역은 거대한 아기별에서 분출하는 수소 분자들이다. 마치 알을 깨고 나온 아기 새가 두 날개를 쫙 펼치며 날아오르는 듯한 형상이다. 이는 별이 우주 먼지를 처음으로 뚫고 나올 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사진 중앙 아래쪽에 있는 S1 별은 자신을 중심으로 밝게 빛나는 먼지 동굴을 조각해냈다. 이 별은 이 사진 속에 나타나 있는 별 중 태양보다 훨씬 큰 유일한 별이다.
지난 1년간 제임스웹 관측 프로젝트에 참여해 온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의 클라우스 폰토피단 박사는 “이 사진을 통해 우리는 별의 일생에서 아주 짧은 시기를 새로운 선명도로 목도할 수 있다”며 “이제 우리는 다른 별의 시작을 볼 수 있는 기술을 갖게 되었으며 우리 태양도 오래 전에 이런 단계를 거쳤다”고 말했다.
사진 속의 일부 별 주변엔 원시 행성 원반을 나타내는 그림자가 있다. 이는 앞으로 이곳에 행성계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빌 넬슨 나사국장은 성명에서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먼지 구름 속을 들여다보고, 아주 먼 거리에 있는 태초의 우주 한켠에서 날아오는 빛을 포착함으로써 단 1년 만에 우주에 대한 인류의 관점을 바꿨다”며 “제임스웹의 모든 새 사진은 각각 새로운 발견이며 세계 과학자들로 하여금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을 법한 질문과 답을 할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으로 확인한 적색편이 값 10 이상 은하들. 맨 오른쪽이 현재까지 공인된 은하 중 가장 먼 은하 ‘JADES-GS-z13-0’로 적색편이 값이 13.2다. 빅뱅 3억2천만년 시점의 은하다. 네이처 제공
첫 해에 빅뱅 후 3억2천만년 은하 발견
제임스웹의 가장 큰 무기는 강력한 성능의 근적외선 카메라다. 허블은 1.6㎛(1㎛=100만분의 1m), 제임스웹의 근적외선카메라는 5㎛, 중적외선기기는 28㎛의 적외선 파장까지 잡아낼 수 있다. 이에 따라 제임스웹은 이제까지 볼 수 없거나 아주 희미하게 보였던 우주먼지 너머의 영역도 선명하게 보여준다.
제임스웹의 또 다른 무기는 강력한 분광 장비다. 이를 이용해 먼 은하와의 거리를 속속 확인하고 있으며, 외계행성 대기를 구성하는 물질이 어떤 것들인지 밝혀내고, 빅뱅 5억7천만년 후의 초질량 블랙홀을 발견했다.
천문학자들은 망원경 관측 데이터에 나타난 적색편이 값을 통해 은하나 별과의 거리를 측정한다. 적색편이란 빛을 내는 물체가 멀어질수록 파장이 길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가시광선 중 적색의 파장이 가장 긴 데 착안해 붙인 이름이다. 적색편이 값이 높을수록 더 멀리, 더 오래 전에 생겨난 은하다. 예컨대 적색편이 값이 10이라는 건 맨처음 별에서 나온 빛의 파장이 10배 길어졌다는 걸 뜻한다. 값이 10을 넘으면 우주 나이가 10억년이 안 된 시점에서 방출된 빛이다. 이런 은하는 적외선 스펙트럼에서만 관측할 수 있다.
<네이처>에 따르면 제임스웹 이전에는 적색편이 값이 8보다 큰 은하가 수십개에 불과했으나 제임스웹은 이런 은하를 벌써 700개가 넘게 발견했다. 제임스웹이 발견한 것 가운데 가장 오래된 은하(공인 기준)는 빅뱅 후 3억2천만년이 지난 시기의 것이었다. ‘JADES-GS-z13-0’이라는 이름의 이 은하의 적색편이 값은 13.2다.
제임스웹이 등장하기 이전에 천문학계가 공인한 ‘가장 오래된 은하’는 2015년 허블우주망원경을 이용해 큰곰자리에서 발견한 빅뱅 4억년 후의 은하 ‘GN-z11’이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근적외선으로 촬영한 은하단 ‘SMACS 0723’. 지난해 7월11일 공개된 제임스웹의 첫 관측사진으로 46억년 전 탄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12.5시간 동안 다양한 파장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합성한 것으로, 제임스웹 최초의 ‘딥 필드 이미지’다. 나사 제공
1년간 논문 750편 이상 쏟아져
제임스웹은 또 적외선 카메라를 우리 지구가 속해 있는
태양계로도 돌려, 고리를 갖고 있는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제임스웹의 관측 자료는 천문학자들의 전성시대를 만들어줬다. 지난 1년간 제임스웹 관측 데이터를 사용하거나 인용한 논문이 750편 이상 쏟아져 나와 기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거나 새로운 질문을 던져줬다.
나사 고다드우주비행센터의 웹 선임 프로젝트 과학자 제인 릭비는 “지난 1년간의 연구를 통해 우리는 이 망원경이 얼마나 강력한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며 “제임스웹의 과학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훨씬 더 많은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제2라그랑주점에서 태양을 등지고 관측을 하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 상상도. 나사 제공
20년 이상 관측 활동 기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미국과 유럽, 캐나다가 25년간 110억달러(13조원)을 들여 개발한 천문학 사상 최대 프로젝트다. 반사경 지름이 역대 가장 큰 6.5m로 허블우주망원경(2.4m)의 2.7배에 이른다.
관측 지점은 지구에서 태양 반대쪽으로 150만km 떨어져 있는 제2라그랑주점(L2)이다. 이곳은 태양과 지구가 작용하는 중력과 원심력이 균형을 이뤄 안정적인 궤도를 유지할 수 있고 햇빛의 방해도 받지 않아 최적의 관측 장소로 꼽힌다.
미 항공우주국은 제임스웹이 관측 지점까지 가는 동안 예상보다 훨씬 적은 연료를 사용한 관계로, 설계 수명 10년을 훨씬 넘겨 2040년대까지도 관측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