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 충돌 이후 디모르포스 소행성에서 긴 파편 꼬리가 생겨난 모습. 충돌한 지 285시간이 지난 10월8일 NASA의 허블 우주 망원경이 촬영했다. 나사 제공
소행성 충돌 위험을 피하기 위한
사상 첫 지구 방어 실험이 목표한 대로 소행성 궤도를 변경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은 지난달 27일(한국시각) 지구에서 1100만㎞ 떨어진 심우주 공간에서 다트 우주선을 목표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충돌시킨 결과, 궤도가 좀 더 안쪽으로 바뀌면서 소행성의 공전 주기가 11시간 55분에서 11시간 23분으로 32분 단축된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나사가 애초 목표로 했던 10분보다 3배나 더 큰 성과다.
나사는 “최소 성공 기준으로 삼은 73초와 비교하면 25배 이상의 목표 초과 달성”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 2주간의 관측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며, 오차 범위는 ±2분이다.
빌 넬슨 나사 국장은 “이번 실험은 지구 방어를 위한 분수령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번 실험 프로젝트의 담당 과학자인 톰 스태틀러는 “수년 동안 상상해온 것이 마침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소행성 충돌 실험의 표적이 된 디모르포스는 지름 160m의 아주 작은 소행성으로, 지름 780m인 소행성 디디모스를 공전하는 쌍소행성계의 일원이다. 지난해 11월 지구를 출발한 다트 우주선은 지난달 27일 오전 8시14분(한국시각) 시속 2만2530㎞(초속 6.25㎞)의 속도로 디모르포스에 충돌했다. 나사 관측 결과 충돌 지점은 중심에서 17m 떨어진 지점이었다. 충돌 당시 다트 우주선의 무게는 570kg이었다.
9월27일 소행성 충돌 직후 이탈리아의 위성 리차큐브가 찍은 사진. 앞쪽에 있는 큰 소행성은 디모르포스와 짝을 이루고 있는 디디모스다. 나사 제공
2024년 실험 결과 확인 우주선 보낸다
나사 행성과학 부문을 맡고 있는 로리 글레이즈는 “매일 새로운 데이터가 들어옴에 따라 앞으로 지구 근접 소행성이 나타날 때 소행성 충돌로부터 지구를 보호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은 무엇인지 더욱 잘 검토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디모스와 디모르포스는 지구에 4800만㎞ 이내로 접근하는 지구 근접 천체(NEO)로 분류돼 있지만 지구 충돌 위험은 없으며, 이번 실험으로 궤도가 변경됐어도 이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나사는 덧붙였다.
이번 실험 결과는 충돌 실험 컴퓨터 모델에도 반영돼 소행성으로부터 지구를 방어하는 전략을 수립하는 데 활용된다.
이번 실험은 속편이 예고돼 있다.
나사와 유럽우주국은 이번 소행성 충돌 실험의 결과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2024년 10월 헤라(HERA)라는 이름의 탐사선을 이곳으로 보낸다. 헤라는 2026년 말 이곳에 도착해 탑재한 고해상도 카메라와 두대의 큐브샛으로 두 천체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두 행성의 물질은 구체적으로 어떤 성분인지 살펴볼 예정이다.
디모르포스에 접근하는 헤라 우주선 상상도. 유럽우주국 제공
지름 140미터 이상 천체 2만5천개 추정
과학자들은 태양과 가장 가깝게 접근했을 때의 거리가 1억9500만km 이내인 소행성, 혜성 등의 천체를 지구근접천체(NEO)로 분류한다. 이 범위 안에 지름 140미터 이상의 큰 천체가 현재 2만5천개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가운데 전 지구적 규모로 타격을 줄 수 있는 크기 1km 이상인 것은 95% 이상 발견했다. 그러나 지역 단위에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지름 140미터 이상의 것은 40%, 약 1만개 정도만 찾아낸 상태다. 다만 다음 100년 안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직 없어 대응 시간을 번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지금까지 소행성 추적 임무를 이끌어온 것은 나사의 네오와이즈(NEOWISE) 우주망원경이었다. 네오와이즈는 그동안 3천여개의 지구 근접 소행성을 발견했다. 나사 집계에 따르면 현재 지름 140미터 이상의 지구근접물체는 매년 약 500개 정도 찾아내고 있다.
나사는 발견 비율을 높이기 위해 이르면 2026년 새로운 적외선 우주망원경 니오 서베이어(NEO Surveyor)를 발사할 계획이다.
이 망원경은 10년 안에 지구에서 5천만km 이내에 있는 140미터 이상의 모든 소행성과 혜성을 찾아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