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이틀 뒤 촬영한 사진. 충돌로 생긴 파편 꼬리가 1만㎞까지 뻗어나갔다. 나사 제공
지난달 말 진행된
사상 첫 소행성 충돌 실험으로 생긴 파편의 먼지 꼬리가 마치 혜성처럼 5만㎞까지 뻗어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행성이 단단한 암석이 아니라 훨씬 무른 물질들로 이루져 있음을 말해준다.
미 항공우주국(나사)은 9월27일 아침(한국시각 기준) 지구에서 1080만㎞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지름 160미터의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자판기 크기 만한 다트 우주선을 초속 6.1㎞의 속도로 충돌시켰다. 이는 소행성 궤도를 변경해 지구와의 충돌 위험을 피한다는 지구 방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진 첫 실험이었다. 나사에 따르면 우주선은 소행성 중심에서 약 17m 떨어진 지점에 충돌했다.
이후 미국광학·적외선천문학연구실(NOIRLab)이 칠레 체로파촌천문단지에 있는 지름 4.1미터짜리 남방천체물리학연구(SOAR) 망원경으로 추적한 결과, 충돌 이틀 후 먼지꼬리의 크기가 3.1분각에 이르는 것을 확인했다. 천문학자들은 디모르포스와 지구와의 거리를 고려해 계산해 본 꼬리 길이는 1만㎞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충돌 일주일째인 10월3일에 관측한 소행성 디모르포스의 먼지꼬리. 페이스북 NEOCP 페이지에서
그러나 이후에도 먼지꼬리는 계속 길어졌다. 지구근접물체확인페이지(NEOCP)의 페이스북 토론 그룹에서 밝힌 천문학자 알랭 모리의 관측에 따르면 먼지꼬리는 10월3일 현재 13분각으로 늘어났다. 이는 꼬리 길이가 적어도 5만㎞에 이른다는 것을 뜻한다. 태양을 향해 날아가는 혜성의 꼬리가 태양 에너지의 복사압력에 의해 점점 더 길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나사는 현재 세계 각국의 지상 망원경 협조를 받는 한편 나사의 허블우주망원경, 제임스웹우주망원경, 소행성 탐사선 루시의 카메라 등으로 충돌 이후 현장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을 관측하고, 디모르포스의 궤도 변화를 추적하고 있다. 앞으로 몇주 후에는 궤도 변화 여부를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9월27일 소행성 충돌 직후 이탈리아의 위성 리차큐브가 찍은 사진. 앞쪽에 있는 큰 소행성은 디모르포스와 짝을 이루고 있는 디디모스다. 나사 제공
나사와 유럽우주국은 이번 소행성 충돌 실험의 결과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2024년 10월 헤라(HERA)라는 이름의 탐사선을 이곳으로 보낸다. 헤라는 2026년 말 이곳에 도착해 탑재한 고해상도 카메라와 두대의 큐브샛으로 두 천체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두 행성의 물질은 구체적으로 어떤 성분인지 살펴볼 예정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