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궤도변경을 위한 충돌 실험을 위해 디모르포스를 향해 돌진하는 우주선 ‘다트’ 상상도.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에스에프(SF) 영화에서처럼 지구를 소행성 충돌 위험에서 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 사상 첫 지구방어실험이 27일 아침 달보다 약 3배 먼 우주공간에서 실시된다.
영화에서는 지구의 안전을 위해 소행성을 먼 거리에서 폭파했지만 이번 실험에선 소행성 궤도를 바꿔 충돌을 회피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은 지난해 11월 지구를 출발한 우주선 다트(DART=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 쌍소행성 궤도변경 시험)를 27일 오전 8시14분(한국시각 기준) 지구에서 1080만㎞ 떨어진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충돌시킨다고 밝혔다. 나사는 실험 한 시간 전부터
나사TV(https://www.nasa.gov/nasalive)를 통해 역사적인 순간을 생중계할 예정이다.
지름 160미터의 이 소행성은 5배가 더 큰 디디모스(지름 780미터)를 1.2km 떨어진 거리에서 시속 0.5km의 속도로 도는 쌍소행성계의 작은 행성이다.
소행성 디모르포스의 현재 궤도(흰색선)와 충돌 실험 후의 예측 궤도(파란색선).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나사는 자동판매기 크기 만한 620kg짜리 다트 우주선을 초속 6.1km(음속의 18배)의 속도로 디모르포스에 충돌시킬 계획이다.
목표는 다트 우주선이 충돌 에너지로 디모르포스의 궤도를 디디모스에 좀 더 가까운 쪽으로 밀어넣어 현재 12시간인 공전 주기를 73초 이상 단축시키는 것이다. 최대 10분 단축도 예상한다.
이번 실험에 성공할 경우 미래에 지구 충돌 위험 소행성이 나타날 경우 비슷한 방식으로 소행성의 비행 경로를 바꾸면 지구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나사는 기대한다.
이번 충돌로 생성된 분화구와 분출물을 측정하면 실제로 충돌 위험이 있는 소행성이 나타날 경우 얼마나 강하게 충돌시켜야 하는지 유추해 볼 수 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디모르포스 크기 정도의 소행성이라도 충돌할 경우 작은 나라 전체를 파괴할 만큼 강력한데다 과거 공룡을 멸종시켰던 대형 소행성(지름 10km)보다 지구 충돌 확률이 수천배 더 높기 때문에 소행성 방어 전략의 최우선 순위라고 평가했다.
7월27일 다트 우주선의 카메라로 3200만km 거리에서 촬영한 디모르포스. 243개의 사진을 합성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나사는 우주선 충돌 충격으로 약 100톤의 암석 물질이 산산이 흩어지면서 디모르포스에 10미터 폭의 충돌구가 생기고 공전 궤도가 디디모스에 좀 더 가까운 쪽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
문제는 디모르포스의 표면이 얼마나 단단할지에 따라 충돌의 충격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다트 우주선 관측팀을 이끌고 있는 크리스티나 토머스 노던애리조나대 교수(행성과학)는 ‘사이언스’에 “"우리는 소행성이 단단한 암석이라는 걸 전제로 우주에서 거대한 당구 게임을 하고 있다”며 “이는 기본적으로 간단한 물리학 방정식으로 풀 수 있으나 실제로는 그렇게 맞아떨어지지 않는 일이 매우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불확실성은 디모르포스의 강도다. 최근의 소행성 탐사 데이터들은 모든 소행성이 단단하지는 않다는 걸 보여준다. 예컨대 2019년 일본의 하야부사2 탐사선은 소행성 류구의 암석과 먼지 시료를 수집하기 위해 2kg의 구리 발사체를 소행성 류구 표면에 쏘았다. 그러나 류구 표면이 단단하지 않아 예상보다 큰 폭 14미터의 충돌구가 생겼다. 2020년 미국의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이 표본을 수집한 베누 소행성의 표면도 “어린이 실내 놀이시설의 플라스틱볼 무더기”처럼 무른 다공성 물질이었다.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연구소의 앤디 청 수석연구원은 “사진만 보고는 그것이 암석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암석보다 강도가 약할 경우 충돌의 결과를 예측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소행성 표면이 무를수록 충격 여파가 오래가 충돌구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소행성 충돌 실험 장면 촬영을 위해 다트 뒤를 따라가고 있는 리차큐브 위성(오른쪽). 이탈리아우주국 제공
충돌 3분 후에는 이탈리아우주국이 제작한 초소형 인공위성이 충돌지역 사진 촬영을 위한 비행을 한다. 다트 우주선에 실려 보낸 이 인공위성의 이름은 리차큐브(LICIACube)다. 리차큐브는 충돌에 앞서 지난 18일 다트를 떠나 디모르포스에서 55km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해 촬영을 준비 중이다.
나사는 4개의 지상 천문대와 제임스웹우주망원경, 허블우주망원경을 통해 다트의 충돌 실험 순간과 궤도 변화를 관측할 계획이다. 디모프로스가 디디모스 앞을 지날 때의 빛이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비교해 분석하는 방법을 이용한다. 지난해 10월 발사돼 목성 소행성군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루시 탐사선의 카메라도 잠시 이쪽으로 방향을 튼다.
이번 소행성 충돌 시험은 속편이 예고돼 있다.
유럽우주국은 이번 실험이 얼마나 성공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2024년 10월 헤라(HERA)라는 이름의 탐사선을 이곳으로 보낸다. 헤라는 2026년 말 이곳에 도착해 탑재한 고해상도 카메라와 분광기, 레이더, 그리고 2대의 큐브샛으로 두 천체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두 행성의 화학 성분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2026년 디모르포스를 다시 방문해 충돌 실험 결과를 살펴보는 헤라 우주선과 2개의 큐브샛 상상도.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과학자들은 태양과 가장 가깝게 접근했을 때의 거리가 1억9500만km 이내인 소행성, 혜성 등의 천체를 지구근접천체(NEO)로 분류한다. 이 범위 안에 지름 140미터 이상의 큰 천체가 현재 2만5천개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가운데 전 지구적 규모로 타격을 줄 수 있는 크기 1km 이상인 것은 95% 이상 발견했다. 그러나 지역 단위에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지름 140미터 이상의 것은 40%, 약 1만개 정도만 찾아낸 상태다. 다만 다음 100년 안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직 없어 대응 시간을 번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지금까지 소행성 추적 임무를 이끌어온 것은 나사의 네오와이즈(NEOWISE) 우주망원경이었다. 네오와이즈는 그동안 3천여개의 지구 근접 소행성을 발견했다. 나사 집계에 따르면 현재 지름 140미터 이상의 지구근접물체는 매년 약 500개 정도 찾아내고 있다.
나사는 발견 비율을 높이기 위해 이르면 2026년 새로운 적외선 우주망원경 니오 서베이어(NEO Surveyor)를 발사할 계획이다.
이 망원경은 10년 안에 지구에서 5천만km 이내에 있는 140미터 이상의 모든 소행성과 혜성을 찾아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